'기업실적 상저하고라더니'…증권가 전망치, 연초보다 31%↓
작성일 2023-08-13 07:33:42 | 조회 70
'기업실적 상저하고라더니'…증권가 전망치, 연초보다 31%↓
코스피 3분기 영업익 추정치, 연초 29조원대→최근 20조원대로 '뚝'
"반도체, 예상보다 회복 더뎌"…2분기도 절반 이상 시장기대 하회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올해 상장사들의 '상저하고' 실적 흐름을 예상하며 하반기 강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던 증권가가 3∼4분기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주력 업종인 반도체의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탓이 컸다.
당장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는 연초만 해도 8조원에 가까운 3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됐지만, 현재 시장의 눈높이는 2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상장사들이 발표한 2분기 실적 역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한 경우는 절반에 그쳤다.
◇ 하반기 장밋빛 전망 '주춤'…3분기 영업익 추정, 연초보다 31% 감소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증권사 세 곳 이상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9곳의 3분기(7∼9월) 영업이익 전망치는 총 20조1천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증권사들이 내놓았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총합(29조223억원) 대비 30.6% 줄어든 수준이다.
증권가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올해 내내 감소해왔다.
연초 기준 29조원대였던 전망치는 1분기 말 기준 21조5천846억원, 2분기 말 기준 21조1천342억원으로 집계됐다가 최근 20조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대형사가 하향 조정의 주요인이 됐다.
연초만 해도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7조8천158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시장 눈높이는 2조8천918억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손실 전망치 역시 연초 6천477억원에서 최근 1조7천507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해운사 HMM[011200]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연초 9천144억원에서 2천4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기간 이차전지주로 분류되는 POSCO홀딩스[005490] 추정치도 1조7천378억원에서 1조3천126억원으로 감소했으며 LG디스플레이[034220](129억원 이익→4천715억원 손실), LG화학[051910](1조1천362억원→8천3억원) 등도 추정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연초 대비 현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유의미하게 오른 곳은 현대차[005380](2조5천136억원→3조4천477억원)와 기아[000270](1조9천998억원→2조7천831억원) 정도에 그친다.
4분기 추정치 역시 연초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연초 기준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총합은 31조2천153억원이었으나 최근에는 24조1천363억원으로 약 22.7% 감소한 상태다.
4분기 역시 삼성전자(9조667억원→4조3천545억원)와 SK하이닉스(2천776억원 이익→7천590억원 손실)를 중심으로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 "반도체 수요 회복 예상보다 더뎌"…2분기, 절반 이상 시장기대 밑돌아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만 해도 증권가는 코스피가 상장사 실적 흐름에 따라 올해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상반기까지는 미국을 필두로 한 통화 긴축의 여파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다소 부진하지만, 하반기 긴축 사이클 종료와 실적 회복을 토대로 코스피도 본격 상승할 것이라는 게 유력한 시나리오였다.
실적 추정 방향 자체는 지금도 여전히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된다는 쪽이다. 다만 연초 장밋빛 기대에 비해서는 눈높이가 한참 낮아진 모습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 자체는 연말까지 우상향하겠지만 속도가 감소하는 국면"이라며 "여전히 부진한 수출과 마진 전망 하락으로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심에는 더딘 반도체 수요 회복 문제가 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돼 강도 높게 진행된 세트사들의 재고 조정이 올해 3분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강도가 높지 않아 하반기 IT 계절적 성수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과 실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들의 재고가 상반기 정점을 찍은 이후 하반기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영업환경이 쉽지 않고 모바일 수요 회복까지 없다면 연내 정상 재고로 진입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57곳 가운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낸 곳 역시 77곳으로 절반이 채 안 됐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증권사들이 눈을 대폭 낮춰 제시한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2천818억원)보다는 많은 6천685억원을 발표해 겨우 체면치레했다.
반면 상장사 절반 이상은 시장을 실망시켰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096770]은 1천362억원의 이익을 예상했던 시장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1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롯데케미칼[011170](시장 전망 275억원 이익·실제 770억원 손실), GS건설[006360](818억원 손실·4천139억원 손실), 아모레퍼시픽[090430](377억원 이익·59억원 이익), 에쓰오일(1천894억원 이익·364억원 이익) 등 총 79곳이 시장의 눈높이를 밑돌았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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