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급 강등에 국내 주식·원화↓…"영향 제한적, 변동성 주시"
전문가들 "2011년 강등 때와 여건 달라"…정부·한은, 모니터링 강화
(서울·세종=연합뉴스) 정책·금융·증권팀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일 국내 금융시장은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 '로 전격 강등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영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채권과 환율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질 수는 있으나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일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 주식·원화값 약세…외국인 관망세 속 '선물 팔자'
피치의 등급 강등 발표 이후 개장한 우리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원화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0.92% 내린 2,642.42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도 925.34로 1.53% 하락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0원 오른 1,290.80원을 나타냈다.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3.7원 오른 1,287.5원에 개장한 후 상승 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90원대를 기록한 것은 7월 12일(고가 1,295.80원) 이후 3주 만이다.
다만,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하락했다.
이번 강등으로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소폭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코스닥시장과 지수선물시장에선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피치가 강등 배경으로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등을 꼽으면서 신용 여건 악화와 투자 감소, 소비 감소 등을 이유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피치 등급 강등 이후 미국 시장에서 주식 선물, 외환, 채권 모두 큰 충격을 받지 않았고 우리 주식과 원화, 채권값도 밀리고 있지만 큰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시장만 보면 강등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이번 강등이 증시의 단기 미세 조정으로 끝날지, 시간을 두고 조정의 계기가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2011년의 경험을 생각하면 좀 더 주의 깊게 관망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피치 영향 제한적"…"미 국채금리 상승, 환율 변동성 주시"
시장에선 이번 피치의 미국 등급 강등을 놓고 지난 2011년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례를 떠올리면서 "이번은 2011년과 다르다"며 "피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S&P는 2011년 8월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부채 한도 인상을 놓고 대립하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 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당시에는 미국 증시가 15% 이상 급락하면서 전 세계 증시가 영향을 받았다. 코스피는 그해 8월 1일 2,172.27에서 9일 1,801.35로 6거래일 만에 17%나 떨어졌다. 당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13조5천50억원에 달할 정도로 투매가 발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1년은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간 극한의 정쟁에 불확실성이 높았고 유로존도 어수선했다"며 "이번은 그 정도의 혼란이 빚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저성장하면 정부가 개입하고 국가부채가 늘어가는 형태로 간다"며 "이미 별 탈 없이 걸어간 일본의 길도 있고 치명적인 2011년과 같은 악재가 되진 않을 것 같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11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미 증시의 폭락 사태가 발생했지만 2개월 이후 미국 증시가 반등해 장기적으로 증시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은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이 2008년에 불거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점이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다. 그러나 현시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도 신용 위험은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여 신용 위험 강도 측면에서 2011년과 현시점은 대비된다.
아울러 2011년 당시에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확산하는 등 유럽 신용위기도 한몫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우리나라 무역 구조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도 "최근에 등급을 내릴 만한 특별한 이벤트나 이슈가 생긴 건 아니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피치 결정이 단기적으로 전 세계 채권과 환율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후폭풍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이번 피치 결정이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의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고 달러와 유로, 엔화 가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실무회의를 열어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각별히 경계하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방 차관은 "아직 시장에선 지난 2011년 S&P의 미국 등급 하향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하며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라고 당부했다.(끝)
전문가들 "2011년 강등 때와 여건 달라"…정부·한은, 모니터링 강화
(서울·세종=연합뉴스) 정책·금융·증권팀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일 국내 금융시장은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 '로 전격 강등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영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채권과 환율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질 수는 있으나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일 정도의 악재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 주식·원화값 약세…외국인 관망세 속 '선물 팔자'
피치의 등급 강등 발표 이후 개장한 우리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원화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0.92% 내린 2,642.42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도 925.34로 1.53% 하락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0원 오른 1,290.80원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90원대를 기록한 것은 7월 12일(고가 1,295.80원) 이후 3주 만이다.
다만,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하락했다.
이번 강등으로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각 현재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소폭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코스닥시장과 지수선물시장에선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피치가 강등 배경으로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등을 꼽으면서 신용 여건 악화와 투자 감소, 소비 감소 등을 이유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피치 등급 강등 이후 미국 시장에서 주식 선물, 외환, 채권 모두 큰 충격을 받지 않았고 우리 주식과 원화, 채권값도 밀리고 있지만 큰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시장만 보면 강등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이번 강등이 증시의 단기 미세 조정으로 끝날지, 시간을 두고 조정의 계기가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2011년의 경험을 생각하면 좀 더 주의 깊게 관망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피치 영향 제한적"…"미 국채금리 상승, 환율 변동성 주시"
시장에선 이번 피치의 미국 등급 강등을 놓고 지난 2011년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례를 떠올리면서 "이번은 2011년과 다르다"며 "피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S&P는 2011년 8월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부채 한도 인상을 놓고 대립하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 로 한 단계 강등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1년은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간 극한의 정쟁에 불확실성이 높았고 유로존도 어수선했다"며 "이번은 그 정도의 혼란이 빚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저성장하면 정부가 개입하고 국가부채가 늘어가는 형태로 간다"며 "이미 별 탈 없이 걸어간 일본의 길도 있고 치명적인 2011년과 같은 악재가 되진 않을 것 같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2011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미 증시의 폭락 사태가 발생했지만 2개월 이후 미국 증시가 반등해 장기적으로 증시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은 미국 경기와 금융시장이 2008년에 불거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점이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다. 그러나 현시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도 신용 위험은 진정되는 분위기를 보여 신용 위험 강도 측면에서 2011년과 현시점은 대비된다.
아울러 2011년 당시에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확산하는 등 유럽 신용위기도 한몫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우리나라 무역 구조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채권파트장도 "최근에 등급을 내릴 만한 특별한 이벤트나 이슈가 생긴 건 아니어서 국내 채권시장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피치 결정이 단기적으로 전 세계 채권과 환율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후폭풍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이번 피치 결정이 미국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단기적으로 시장의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고 달러와 유로, 엔화 가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실무회의를 열어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각별히 경계하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방 차관은 "아직 시장에선 지난 2011년 S&P의 미국 등급 하향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심화하며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체계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가라고 당부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