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시설과 공유주거·입체 녹지…모아타운 아이디어 봇물
작성일 2023-08-28 08:32:05 | 조회 28
산업시설과 공유주거·입체 녹지…모아타운 아이디어 봇물
서울시 대학협력 프로젝트 성과 발표…숭실대·한남대 '대상'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시차를 활용해 산업시설과 주거지가 공존하는 공유 유닛을 도입하면 활용 가능한 대지가 부족한 저층주거지가 자생적 시스템을 갖출 수 있습니다."
"진입광장, 녹지광장, 공유광장, 내부중정 등 다양한 위계를 가진 외부공간을 형성해 경사가 심하고 과도하게 고밀된 기존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2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모아주택·모아타운 대학협력 프로젝트 성과공유회'에서는 전문가들이 감탄할만한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학생들은 각자 10분의 시간 동안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저층주거지 개발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 주거지를 하나로 묶어 정비하는 사업 모델이다.
올해 처음 시도된 이번 프로젝트는 12개 대학의 62개 팀이 1학기 수업을 개설해 서울 시내 고도지구, 자연경관지구,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 등 도시계획 규제로 사업 여건이 불리한 지역을 발굴한 뒤 적합한 모아타운 계획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는 각 대학에 최대 1천만원의 실행비를 지원했으며 관계자 간담회(2월)와 중간 발표회(5월)를 열어 연구를 도왔다. 프로젝트에는 서울 외 전국 대학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인도네시아, 몽골, 독일 등 해외 대학과 협업한 사례도 있었다.

성과공유회에서는 각 대학에서 1개 팀이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한 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평가해 부문별 우수 팀을 시상했다.
대상은 숭실대(학부)와 한남대(대학원)에 돌아갔다.
숭실대 팀은 중점경관관리구역으로 지정돼 규제받는 관악구 서림동 일대를 대상으로 '산업시설과의 공유주거를 활용한 저층주거지 재생 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들은 하천복개철거사업과 연계해 적극적인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새로 조성되는 산업로를 따라 기존 녹지인 건우봉, 청룡산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산책로로만 활용되던 도림천 아래에 지하철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고 선큰(지상에 노출된 지하공간)을 활용해 녹지를 확대하도록 했다.
특히 벤처기업육성지구라는 점에 착안해 하천변 상부 입체화를 통한 산업단지-주거공간 공존 시스템과 거주자와 산업시설 근무자가 시간별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 활용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남대 팀은 용산구 후암동 일대를 연구했다. 이 지역은 준공된 지 20년 이상 된 건물이 약 60% 이상이고 고도지구 제한으로 인해 개발이 더딘 곳이다.
학생들은 후암동 토지소유자와 거주민 228명을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안을 마련했다.
용산공원과 남산공원을 연결하는 주요 녹지축을 만들고 거주민과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조성하도록 했다. 저층부는 가로 활성화를 위해 상업시설과 커뮤니티시설을 함께 계획했다.
급경사 지형차를 고려한 여러 형태의 건물을 구상해 조화로운 경관을 이루게 하면서 다양한 주거 유닛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우수상은 학부 부문에서 가천대와 서울시립대(도시공학), 대학원 부문에서 서울대와 건국대가 각각 수상했다.
가천대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동대문구 이문1동 천장산로 일대를 대상으로 작은 공지를 모아 천장산까지 이어지는 녹지를 조성하는 '모아 그린웨이'를 제안했다.
서울시립대는 고도 제한이 있는 중구 회현동1·2가, 남창동 일대에서 생애주기별 특성에 따라 4개 특화거리를 조성하고 지역 내 주요 산업인 봉제산업을 활성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서울대는 중요시설물보호지구(공항)로 지정된 강서구 화곡본동 일대를 대상으로 건폐율을 상향하는 대신 녹지를 입체적으로 배치해 부족한 열린 공간을 보완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건국대는 성동구 성수동1가 13 일대에 구획별 다양한 사업 유형을 도입해 공공기반시설을 확보하고 보행환경을 개선해 준공업지역의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계획안을 마련했다.
학생들이 선정한 대상지와 발표한 개발 계획은 실제 서울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는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획기적인 사업 방식을 앞으로 모아타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모아타운 대상지 중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이 어려운 6곳에 대해 SH공사가 참여하는 '공공관리 시범사업'을 하는 등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남대 대학원 한소영(25)씨는 "실제 추진되는 주택정책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개발이 어려운 저층주거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정책에도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 구우주(28)씨는 "모아타운은 기존의 개발과 재생의 중간적 성격이어서 공공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프로젝트가 이어져 학생들이 생각을 공유하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수상자들에게 직접 시상한 오 시장은 "여러분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서울시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을 피부로 실감했을 것"이라며 "하루하루 미래를 향해 가는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서울에 사는 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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