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앞에 선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
작성일 2023-08-23 16:29:38 | 조회 37
법원 앞에 선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
첫 재판 앞서 엄중처벌 촉구…"선 구제, 후 구상 지원" 한목소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에서 오피스텔 보증금 약 200억원을 떼먹은 전세 사기범의 첫 재판에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엄벌을 촉구했다.
2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는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시민사회 대책위원회 주최로 '200억 전세 사기 최씨 일당 엄중 처벌과 은닉재산 환수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53) 씨는 자신이 소유한 오피스텔 임차인 210여명에게서 받은 166억원 상당의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이날 첫 공판이 열렸다.
최씨 일당이 소유한 오피스텔은 대부분 동아대, 부산교대, 동서대 등 대학가와 수영구, 부산진구 등 청년 주거지에 위치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30대 청년이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확인된 피해 금액만 166억원 상당이며, 계속해서 추가 고소장이 접수돼 전체 피해 규모는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나모 씨는 "임대인 최씨는 임차인들에게서 가로챈 돈으로 온몸에 명품을 두르고 다녔으며, 제주도에 호텔을 매입하고 구속되기 바로 전까지도 골프를 즐기는 행각을 보였다"며 "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고통에 잠겨있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악질적인 행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기죄의 실형은 보통 2~10년이라고 한다"며 "전세 사기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되어도 피해자들은 20년 동안 자기가 쓰지도 않은 돈을 갚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로 '선 구제 후 구상'을 요구했다.
'선 구제 후 구상'은 공공이 피해자를 먼저 구제한 다음 집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피해자 이모 씨는 "실질적인 도움은 없고 구색만 갖춘 허울뿐인 특별법은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선 구제 후 구상 지원' 등 제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을 마련해 달라"며 정치권에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모 씨도 "아무리 조심해도 당할 수밖에 없고 사기당한 뒤 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게 지금 한국의 임대차계약 현실"이라며 "임차인이 보호받는 법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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