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술직 최연소 합격자 "많은 여성 입사토록 역할 하고파"
작성일 2023-08-08 11:37:31 | 조회 84
현대차 기술직 최연소 합격자 "많은 여성 입사토록 역할 하고파"
황재희 씨, 기능사 자격증 8개 보유…"솔직한 태도가 합격 비결"
현대차 기술직 공채서 여성 뽑은 것은 처음…모두 6명 합격 영광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솔직한 태도 덕분에 합격한 것 같아요. 제가 열심히 해서 더 많은 여직원이 입사하면 좋겠어요."
지난 7일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경주캠퍼스에서 열린 현대차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교육 현장에는 올해 1차 합격자 185명이 자리를 채웠다.
높은 급여 수준과 각종 복지 혜택에 '킹산직'이라고 불리며, 채용 홈페이지가 한때 접속 장애까지 발생할 정도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서인지 신입사원들 대부분 밝고 진지하게 교육에 집중했다.
이번 합격자 중에는 여성 6명이 포함됐는데, 현대차가 기술직 공채에서 여성을 뽑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생인 황재희 씨는 남성까지 포함해서 가장 나이가 어린 합격자다.
그는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합격할 줄 몰랐다"며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겸손하게 답했지만, 황씨는 기능사 자격증을 8개나 가지고 있다.
전북기계공고 1학년 때 선반 기능사를 시작으로 졸업 때까지 밀링, 금형, 측정, 기계설계, 생산자동화, 설비보전, 기계조립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처음에는 기계가 무섭기도 하고, 만질 줄도 몰랐다"며 "기능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수업 후 매일 2시간 정도 연습하면서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공은 기계과였지만,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른 과 수업에도 참여해 실습했다.
졸업할 때는 기계과 학생 80명 중에서 보유한 자격증이 가장 많았다.


그는 "수업 성적은 중간 정도였는데, 도면 보는 법 등 기본 지식을 잘 닦아 둔 것이 바탕이 돼 자격증을 비교적 많이 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여학생 중에선 기계 가공을 제일 잘한다는 선생님들 칭찬도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현대차가 첫 직장은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경남 창원에 있는 굴착기 제조 회사에 특채로 들어갔다.
당시 배치된 부서에 직원 60명이 있었는데, 여성은 황씨 본인과 같이 입사한 같은 학교 친구 단 2명뿐이었다.
그는 "굴착기 안에 들어가는 블록을 열처리 가공하는 일을 했는데, 해당 업무를 여직원이 맡은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들었다"며 "남성들이 대다수인 일터에서 많이 배우고 배려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에는 '10년 만에 기술직 채용'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별다른 기대 없이 지원했지만, 덜컥 서류가 통과되면서 필기시험과 1차 면접을 준비하게 됐다.
그는 "필기시험은 문항이 많아 시간이 좀 부족했다"며 "화상으로 진행한 면접은 최대한 밝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1차 면접을 통과하고 이어진 2차 면접에선 답변 내용에 신경 쓰기보다는 솔직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집중했고, 최종 합격했다.


그는 "일하던 중에 연락받고 홈페이지에서 합격 사실을 확인했는데, 아무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며 "도로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중 절반이 현대차인데, 이런 대기업에 다니게 된 것이 믿기지 않았다"고 합격 순간을 떠올렸다.
황씨는 "자기소개서 내용이나 면접 과정에서 동아리 활동 경험, 남을 도운 경험 등을 설명하면서 어느 조직이든 잘 적응할 수 있고,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 같다"고 합격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면접에서 다짐했던 대로 실제 현장에 잘 적응하는 것을 포부로 밝혔다.
그는 "생산 현장에 여성이 처음이라고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며 "기술직 여직원이 더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canto@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