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지정환 신부가 쫀득하게 키운 '치즈 왕국' 임실
작성일 2023-10-08 09:30:46 | 조회 31
[통통 지역경제] 지정환 신부가 쫀득하게 키운 '치즈 왕국' 임실
작년 테마파크에 210만여명 몰려…'낙농·가공·관광' 입체산업 육성


(임실=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인구 2만6천명의 작은 농산촌인 전북 임실군은 자타공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치즈의 고장이다.
임실 치즈는 임실성당에 부임한 벨기에 출신의 고 지정환 신부(본명 디디에 세스테벤스·2019년 선종)의 손에서 1967년 탄생했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민을 돕고자 산양 2마리를 들여와 '우유로 만든 두부'라며 산양유로 치즈를 만든 게 한국 치즈 역사의 시초다.
치즈 생산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연이은 실패를 맛보고 유럽에서 비법을 배워오길 여러 차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지 신부의 노력은 지금의 임실 치즈를 만들었다. 그 이후 지 신부는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와 임실치즈 관련 사업을 고스란히 주민에게 넘겼다.

현재 임실군에는 임실치즈농협과 12곳의 유가공업체에서 하루 36t의 우유를 가공해 임실N치즈, 숙성치즈, 분유, 발효유 등 다양한 유제품을 전국 각지에 공급하고 있다.
임실치즈농협 역시 지 신부가 낙농가를 규합해 설립했고 현재 150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1만8천360㎡ 터에 공장 및 저온저장고 4천748㎡의 시설 규모를 갖췄고 서울·부산 등의 호텔과 백화점 및 100여개의 판매장에 치즈와 발효 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임실 유제품들은 임실군 공동브랜드인 '임실N치즈'를 사용하고, 임실치즈&식품연구소가 철저히 품질을 관리하고 임실군수가 품질을 보증하는 공동브랜드이다.
'임실N치즈'는 가공식품 분야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에 10년 연속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임실군은 2016년 낙농특구로 지정돼 치즈 생산에 탄력을 받았다.
특구 지정지는 임실치즈마을과 임실치즈테마파크, 낙농가 등 600여 필지 총 76만여㎡에 달한다. 특구로 지정돼 도로교통법과 옥외광고물 등 5건의 규제에 대해 특례를 적용받는 혜택을 받기도 했다.
2020년에는 임실N치즈 낙농특구 사업의 계획 변경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승인이 확정됨에 따라 치즈 산업과 낙농산업의 다양화된 특화사업 추진에 가속력을 얻었다.
당초 2020년까지인 사업 시행 기간이 2023년까지 연장돼 유가공 제품 안정성 강화 사업과 대도시 카페형 판매장 개설, 유산균 스타터 연구개발사업 등이 추가되면서 사업비도 289억원에서 374억원으로 늘어났다.
브랜드 관리도 엄격하다. 주민들이 직접 키운 우량 젖소가 생산한 신선한 원유만을 사용하여 엄격한 품질관리와 시험평가를 거친 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임실군은 낙농과 가공에 관광까지 겸한 입체산업을 키우면서 치즈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임실 치즈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임실치즈테마크다.
관광지로 이름난 스위스 중소도시 아펜젤을 모델로 해 8년의 사업 기간을 거쳐 2012년 문을 연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이국적인 경관과 다양한 치즈 체험,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테마파크에는 치즈, 치즈 요리, 치즈피자 체험장과 치즈 체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돈가스, 스파게티, 치즈피자 등 치즈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프로마쥬 레스토랑, 농특산물 판매장, 치즈 이용 식품 가공공장, 임실치즈&식품연구소, 지 신부의 발자취와 임실N치즈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임실치즈역사문화관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치즈테마파크 입장객 수는 211만 명을 넘어 군 전체 인구의 100배에 육박했다. 지난해 10월 치즈 축제 기간에만 52만 명이 몰렸다.
올해 축제는 '임실N사랑Dream!, 치즈N건강Dream!'을 주제로 10개 테마에 70개 프로그램으로 9일까지 관광객을 만난다.
최근 전국 농·축협 중 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임실치즈 선물 세트가 2위를 차지해 치즈 명가로의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심민 임실군수는 "치즈 산업과 이를 연계한 관광은 임실을 '작은 치즈 왕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임실군이 치즈 산업뿐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의 생태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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