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보며 공무원 꿈꾸던 소년, 고향 '500년 고목' 살려내
하상균 남해 산림보호팀장, 오동마을 고사 위기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끌어내
(남해=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가 공무원이 돼 고사 위기에 처한 고목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가꾼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30일 경남 남해군에 따르면 남해읍 오동마을에는 수령만 5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 나무는 약 50년 전 화재로 일부가 불에 타는 바람에 밑동에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하나 생겼다.
이후 별다른 조처 없이 방치된 바람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동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하상균 남해군 산림보호팀장이 나서면서 고사위기에 처한 고목이 극적으로 소생해 마을 주민의 자랑이 됐다.
하 팀장이 이 고목의 보호수 지정과 치료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오동마을은 하 씨 집성촌으로 전체 100가구의 절반인 50여 가구가 하 팀장 종친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주변에서 자주 뛰어노는 등 이 나무는 하 팀장에게 소중한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대상이다.
동시에 주민들이 매년 평안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는 마을의 수호수 역할도 맡고 있었다.
고등학교까지 이 마을에서 살던 하 팀장은 타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04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며 다시 남해로 돌아왔다.
산림과로 발령받은 그는 보호수 담당 업무를 하며 고향 느티나무가 아직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사실이 의아했다.
수령이 오래된 만큼 충분히 보호수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 팀장은 경남도에 신청해 2005년 이 나무의 보호수 지정을 받아냈다.
당시 경남도에서 '왜 아직도 이 나무가 보호수 신청이 안 된 채 방치된 거냐'고 물을 정도로 그 가치는 충분했다.
보호수 지정 뒤 이 나무는 텅 빈 밑동에 우레탄을 채워 넣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하 팀장은 면사무소에서 근무한 2∼3년을 제외하고 줄곧 산림과에 근무하며 이 나무를 돌봤다.
최근 팀장으로 진급한 그는 우레탄을 채워 넣은 이 나무 밑동에 물기가 스며들어 가며 썩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우레탄을 모두 제거하고 썩은 부위를 제거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하 팀장 노력 덕분에 이 나무는 아직 건강을 유지하며 이제는 많은 사람이 찾는 마을 명소로 부상했다.
지금도 그는 틈만 나면 마을을 찾아 이 나무를 살피며 어디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 팀장은 "어릴 때 드라마 '전원일기'를 즐겨 봤는데 거기 나오는 배우 김용건 씨 직업이 산림과장이었다"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듯 보여 나도 나중에 자라서 공무원이 되면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무는 마을회관 바로 옆에 있는 만큼 찾기도 쉬워 많은 분이 찾았으면 좋겠다"며 "다만 훼손되지 않게 손은 대지 말고 좀 떨어져 구경하거나 사진 찍어 달라"고 덧붙였다.
home1223@yna.co.kr
(끝)
하상균 남해 산림보호팀장, 오동마을 고사 위기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끌어내
(남해=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가 공무원이 돼 고사 위기에 처한 고목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가꾼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30일 경남 남해군에 따르면 남해읍 오동마을에는 수령만 5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이 나무는 약 50년 전 화재로 일부가 불에 타는 바람에 밑동에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멍이 하나 생겼다.
이후 별다른 조처 없이 방치된 바람에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동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인 하상균 남해군 산림보호팀장이 나서면서 고사위기에 처한 고목이 극적으로 소생해 마을 주민의 자랑이 됐다.
오동마을은 하 씨 집성촌으로 전체 100가구의 절반인 50여 가구가 하 팀장 종친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주변에서 자주 뛰어노는 등 이 나무는 하 팀장에게 소중한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대상이다.
동시에 주민들이 매년 평안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는 마을의 수호수 역할도 맡고 있었다.
고등학교까지 이 마을에서 살던 하 팀장은 타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04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며 다시 남해로 돌아왔다.
산림과로 발령받은 그는 보호수 담당 업무를 하며 고향 느티나무가 아직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사실이 의아했다.
수령이 오래된 만큼 충분히 보호수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 팀장은 경남도에 신청해 2005년 이 나무의 보호수 지정을 받아냈다.
당시 경남도에서 '왜 아직도 이 나무가 보호수 신청이 안 된 채 방치된 거냐'고 물을 정도로 그 가치는 충분했다.
이후에도 하 팀장은 면사무소에서 근무한 2∼3년을 제외하고 줄곧 산림과에 근무하며 이 나무를 돌봤다.
최근 팀장으로 진급한 그는 우레탄을 채워 넣은 이 나무 밑동에 물기가 스며들어 가며 썩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우레탄을 모두 제거하고 썩은 부위를 제거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하 팀장 노력 덕분에 이 나무는 아직 건강을 유지하며 이제는 많은 사람이 찾는 마을 명소로 부상했다.
지금도 그는 틈만 나면 마을을 찾아 이 나무를 살피며 어디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 팀장은 "어릴 때 드라마 '전원일기'를 즐겨 봤는데 거기 나오는 배우 김용건 씨 직업이 산림과장이었다"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듯 보여 나도 나중에 자라서 공무원이 되면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무는 마을회관 바로 옆에 있는 만큼 찾기도 쉬워 많은 분이 찾았으면 좋겠다"며 "다만 훼손되지 않게 손은 대지 말고 좀 떨어져 구경하거나 사진 찍어 달라"고 덧붙였다.
home1223@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