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⑪ 신선들이 즐겨 먹던 약나무 '꾸지뽕'
작성일 2023-10-02 08:38:41 | 조회 54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⑪ 신선들이 즐겨 먹던 약나무 '꾸지뽕'
뽕나무와 비슷해 '굳이 뽕나무'…열매부터 뿌리까지 모두 식용·약용으로 사용

[※ 편집자 주 = 약초의 이용은 인간이 자연에서 식량을 얻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할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오랜 옛날 인류 조상들은 다치거나 아플 때 주위에서 약을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널리 사용되고, 지금도 중요하게 쓰이는 게 약초입니다. 현재는 한방 약재뿐만 아니라 생명산업, 기능성 식품, 산업 소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우리 전통 약초와 관련한 이야기, 특성, 효능 등이 담긴 기사를 연재합니다.]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꾸지뽕나무는 예로부터 신선들이 선식으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 말은 같은 뽕나뭇과에 속하지만, 엄연히 다른 식물인 뽕나무 관련 설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진나라 갈홍이라는 사람이 집필한 '신선전'에 따르면 한 선녀가 신선에게 '제가 신선님을 모신 뒤 동해가 세 번 변해 뽕나무밭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봉래(중국 전설 속 지명)에 갔더니 물이 얕아진 게 또 육지가 되려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신선은 "그래서 성인들께서 '바다의 녀석들이 먼지를 일으킨다'고 하지 않더냐'고 답했다.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는 뜻의 고사성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이 설화에서 나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뽕나무와 같은 뿌리를 지닌 식물인 만큼 꾸지뽕나무도 신선들과 연관됐을 거라는 사람들의 상상력이 '신선들이 즐겨 먹은 약나무'와 같은 표현으로 변형된 것이다.
꾸지뽕나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전해진다.
첫 번째는 굳이 따지자면 뽕나무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굳이 뽕나무'라고 부르던 게 꾸지뽕으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열매가 뽕나무 열매보다 더 단단해 '굳다'라는 의미의 '굳이'를 붙여 '굳이뽕'이라 발음되던 게 꾸지뽕이 되었다는 설이다.
꾸지뽕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으며 열매는 암나무에만 달린다.
뽕나무처럼 꾸지뽕나무 잎으로 누에를 칠 수 있는데 그 실이 몹시 질기고 품질이 뛰어나 최고급 거문고 줄은 반드시 꾸지뽕나무로 기른 누에에게서 뽑은 명주실을 쓴다고 한다.
황해도에서는 활뽕나무라고 이름 붙였는데 몸통이 단단해서 활의 몸체로 만드는 데 썼다.
꾸지뽕나무의 열매는 식용하고 줄기와 잎은 약재로 쓴다.
열매, 잎, 나무, 껍질, 뿌리까지 모두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돼 '하늘이 내린 나무'라는 뜻에서 천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지와 줄기에 가시가 있으며 열매도 뽕나무의 오디과로 분류되지만, 모양이나 크기가 전혀 다르다.
오디 열매는 손톱만 한 크기에 검붉은색을 띠지만 꾸지뽕 열매는 호두과자 정도 크기에 붉은색을 띤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자양 강장, 신체 허약증, 불면증 및 여성질환에 좋다고 기록됐으며 본초강목에는 기혈 순환에 좋다고 적혔다.



현대에는 항산화 효과로 알려진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어 동맥경화, 뇌출혈 등의 심혈관계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밝혀졌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쓰임새도 다양해 차, 음료, 진액, 환과 같은 기존 가공식품 이외에 소금, 비누 등과 같은 새로운 상품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라도와 경상도, 황해도 이남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경남 산청지역에서는 30여 농가에서 약 3만㎡ 면적에 재배하고 있다.
산청군 관계자는 "꾸지뽕의 다양한 효능이 알려져 재배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풍부한 일조량과 일교차가 큰 산청은 맛과 향이 뛰어난 꾸지뽕 생산 적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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