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NOW] 北, 가을밀·보리 심기 독촉…"사상적 각오가 가장 중요"
작성일 2023-09-26 18:03:35 | 조회 57
[평양NOW] 北, 가을밀·보리 심기 독촉…"사상적 각오가 가장 중요"
"밀·보리로 옥수수 대체 전략…종자·재배기계·기술 등 한계"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북한이 최근 농민들에게 곡식 다변화를 위한 가을 밀, 보리 심기를 독촉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5면에 가을밀, 보리 파종 관련 기사 6개를 게재하고 적기 파종을 독려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한 주일 동안에 결속(마무리)'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평안남도 농촌경리위원회 자주온실 농장이 가을밀 파종 면적 증가에 맞춰 파종기 가동률을 높이고 치밀한 공정간 연결 등을 통해 파종을 1주일 만에 끝냈다고 치하했다.
신문은 "지금 이곳 일군(간부)들과 농장원들은 밀 씨뿌리기를 적기에 끝낸 기세를 늦춤 없이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동신문은 '과업이 방대할수록 사상이 발동되어야 한다'라는 기사에선 "일부 단위들에서는 이러저러한 조건에 빙자하면서 (밀, 보리) 파종 적기를 놓치고 질 보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며 당 정책에 대한 간부들의 관점과 태도에 따라 수확량이 좌우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알곡 생산구조 개편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당 정책 관철에 대한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 투철한 사상적 각오"라며 "투철한 사상적 각오와 신념을 안고 분발하여 가을밀, 보리 씨뿌리기를 적기에 질적으로 끝냄으로써 다음 해 올 곡식 농사의 밝은 전망을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전날 김덕훈 내각총리가 가을걷이와 가을밀, 보리 파종이 한창인 황해남도 은율군, 송화군, 삼천군, 재령군의 여러 농장을 돌아보면서 당이 제시한 '알곡(곡식) 고지 점령'을 위한 투쟁에서 최대 농업도인 황해남도가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밀, 보리 심기를 독려하는 것은 쌀과 옥수수에 집중된 식량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20∼2021년 농장법 개정을 통해 옥수수 농사를 제한하고 벼, 밀, 보리농사로 방향을 전환토록 했다. 2021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도 밀·보리 농사로의 방향 전환과 재해성 이상기후 대응, 소출이 높은 종자의 육종과 개량 등이 주요 농정과제로 언급됐다.
옥수수는 강풍에 넘어져 완숙되지 못하는 등 자연재해에 약하지만 밀과 보리는 추위에 강하고 생육기일이 짧은 데다 수확량이 비교적 높다. 옥수수만 심었을 때보다 토양에 주는 악영향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이모작을 위해서는 지방 특성에 맞는 종자를 미리 확보하고 품종 배치와 적지·적기를 선택해 파종해야 한다. 봄에 논벼 앞그루로 심는 밀, 보리 품종은 2월 하순∼3월 상순에 심어 6월 말까지 익는 종자를, 가을에는 9월 하순∼10월 상순에 심는 종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밀, 보리 종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데다 재배 방법도 전문적으로 알지 못해 성과가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수의직 공무원 출신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이 2021년부터 옥수수밭 면적을 줄이고 밀, 보리밭 면적을 늘리려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지만 첫해는 종자 부족으로 성과가 나지 않았고 이후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정책적 성과로 내세우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한국의 밀, 보리 종자는 1정보당 수확량이 5t을 넘지만 북한 종자는 2t 남짓에 불과하다"며 "재배 기술과 기계를 도입하지 않은 채 면적만 넓히고 당에 대한 충성심만 강요한다고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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