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⑩ 황제도 반한 자양강장제 '둥굴레'
구궁초·녹죽이라 불리며 예로부터 널리 이용…"둥굴레차, 커피만큼 높은 인기 자랑"
[※ 편집자 주 = 약초의 이용은 인간이 자연에서 식량을 얻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할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오랜 옛날 인류 조상들은 다치거나 아플 때 주위에서 약을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널리 사용되고, 지금도 중요하게 쓰이는 게 약초입니다. 현재는 한방 약재뿐만 아니라 생명산업, 기능성 식품, 산업 소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9월 개최를 앞두고 우리 전통 약초와 관련한 이야기, 특성, 효능 등이 담긴 기사를 연재합니다.]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중국 한나라 제7대 황제였던 한무제는 어느 날 민심을 살피러 평상복 차림으로 궁궐 밖을 나가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길가에서 밭일하던 노인 한 명을 만나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한무제가 대화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노인은 유난히 광채가 나는 눈에 머리는 검고 치아도 튼튼해 젊은이 못지않은 생기가 돌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 건강 비법을 묻자 노인은 야산에서 둥굴레 뿌리인 황정을 캐다가 쪄서 껍질을 벗기고 말린 뒤 콩과 함께 곱게 가루를 내어 물로 반죽해 떡을 만들어 먹기를 즐긴다고 답했다.
이후 한무제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인과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
위 일화는 둥굴레가 노인도 젊은이에 뒤지지 않게 만들 정도로 강장 작용이 뛰어난 약초라는 점을 암시한다.
신선이 둥굴레 뿌리를 먹고 338세에도 청년 모습을 유지했다거나 둥굴레꽃을 먹은 사람이 수백살까지 장수를 누렸다는 등 둥굴레와 관련된 다른 설화도 비슷한 함의를 담고 있다.
둥굴레는 백합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원줄기 단면이 둥글고 줄기가 50∼80㎝까지 비스듬히 자란다.
꽃은 5월에 피는데 수술은 9개이며 수술대에 털이 없고 꽃밥은 길이 3㎜로 수술대보다 짧다.
열매는 둥글며 흑록색으로 익고, 밑으로 처진다.
동의보감 기록에 따르면 평안도에 자생하며 임금님께 진상하는 약재였다.
흉년에 구황식물로 널리 이용돼 '구궁초'라 하기도 했으며 숲속 사슴이 즐겨 먹는 풀이라고 해 '녹죽'이라고도 불렀다.
한무제 일화처럼 민간에서는 둥굴레 뿌리로 떡을 만들거나 술을 빚어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알려져 널리 쓰였다.
둥굴레 맛은 달고 씹으면 끈적끈적하다.
자양 강장 효능이 있어 만성피로, 허약체질 개선, 소화 기능 강화, 정력 보강, 마른기침 등에 좋다.
또 몸이 여위고 피부가 노화하거나 정력이 저하되면 뿌리 12g에 물 300㏄를 붓고 달인 뒤 하루에 여러 차례 나누어 차처럼 마시면 좋다.
둥굴레차는 최근 수요가 많아지며 티백 형태로 나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꾸준히 마시면 혈당량이 감소해 당뇨 치료에 좋고 혈압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둥굴레는 내한성이 강해 국내 어느 곳에서나 재배할 수 있고, 토질은 비옥한 사질양토가 알맞다.
봄에 올라오는 줄기 상태가 죽순과 같이 강해 거름이 위에 덮여 있어도 뚫고 올라오기 때문에 거름을 두껍게 주더라도 잘 자란다.
수확량이 많고 수확 기간도 조절할 수 있어 재배하는 동안 인건비가 타 작물보다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경남에서는 주로 함양과 산청에서 소규모로 재배 중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둥굴레는 강한 자생력을 가진 만큼 전국 어디서나 자생하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효능만큼은 어떤 귀한 악재 못지않다"며 "커피만큼이나 인기나 인지도가 높아진 둥굴레차 등 가공품으로 주로 소비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끝)
구궁초·녹죽이라 불리며 예로부터 널리 이용…"둥굴레차, 커피만큼 높은 인기 자랑"
[※ 편집자 주 = 약초의 이용은 인간이 자연에서 식량을 얻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할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오랜 옛날 인류 조상들은 다치거나 아플 때 주위에서 약을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널리 사용되고, 지금도 중요하게 쓰이는 게 약초입니다. 현재는 한방 약재뿐만 아니라 생명산업, 기능성 식품, 산업 소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9월 개최를 앞두고 우리 전통 약초와 관련한 이야기, 특성, 효능 등이 담긴 기사를 연재합니다.]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중국 한나라 제7대 황제였던 한무제는 어느 날 민심을 살피러 평상복 차림으로 궁궐 밖을 나가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길가에서 밭일하던 노인 한 명을 만나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한무제가 대화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노인은 유난히 광채가 나는 눈에 머리는 검고 치아도 튼튼해 젊은이 못지않은 생기가 돌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져 건강 비법을 묻자 노인은 야산에서 둥굴레 뿌리인 황정을 캐다가 쪄서 껍질을 벗기고 말린 뒤 콩과 함께 곱게 가루를 내어 물로 반죽해 떡을 만들어 먹기를 즐긴다고 답했다.
이후 한무제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인과 같은 방법을 이용했다.
위 일화는 둥굴레가 노인도 젊은이에 뒤지지 않게 만들 정도로 강장 작용이 뛰어난 약초라는 점을 암시한다.
둥굴레는 백합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원줄기 단면이 둥글고 줄기가 50∼80㎝까지 비스듬히 자란다.
꽃은 5월에 피는데 수술은 9개이며 수술대에 털이 없고 꽃밥은 길이 3㎜로 수술대보다 짧다.
열매는 둥글며 흑록색으로 익고, 밑으로 처진다.
동의보감 기록에 따르면 평안도에 자생하며 임금님께 진상하는 약재였다.
흉년에 구황식물로 널리 이용돼 '구궁초'라 하기도 했으며 숲속 사슴이 즐겨 먹는 풀이라고 해 '녹죽'이라고도 불렀다.
한무제 일화처럼 민간에서는 둥굴레 뿌리로 떡을 만들거나 술을 빚어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알려져 널리 쓰였다.
둥굴레 맛은 달고 씹으면 끈적끈적하다.
자양 강장 효능이 있어 만성피로, 허약체질 개선, 소화 기능 강화, 정력 보강, 마른기침 등에 좋다.
또 몸이 여위고 피부가 노화하거나 정력이 저하되면 뿌리 12g에 물 300㏄를 붓고 달인 뒤 하루에 여러 차례 나누어 차처럼 마시면 좋다.
둥굴레차는 최근 수요가 많아지며 티백 형태로 나올 정도로 인기가 좋다.
꾸준히 마시면 혈당량이 감소해 당뇨 치료에 좋고 혈압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둥굴레는 내한성이 강해 국내 어느 곳에서나 재배할 수 있고, 토질은 비옥한 사질양토가 알맞다.
봄에 올라오는 줄기 상태가 죽순과 같이 강해 거름이 위에 덮여 있어도 뚫고 올라오기 때문에 거름을 두껍게 주더라도 잘 자란다.
수확량이 많고 수확 기간도 조절할 수 있어 재배하는 동안 인건비가 타 작물보다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경남에서는 주로 함양과 산청에서 소규모로 재배 중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둥굴레는 강한 자생력을 가진 만큼 전국 어디서나 자생하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효능만큼은 어떤 귀한 악재 못지않다"며 "커피만큼이나 인기나 인지도가 높아진 둥굴레차 등 가공품으로 주로 소비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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