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우 '칡소'를 아시나요?…"저지방·고단백 고기향 좋아"
작성일 2023-09-25 11:33:41 | 조회 31
우리 한우 '칡소'를 아시나요?…"저지방·고단백 고기향 좋아"
농진청, 1990년대 칡소 복원 성공…소비자 인지도 높이는 게 숙제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머리와 온몸에 칡덩굴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어 붙여진 이름 '칡소'.
마치 호랑이 무늬처럼 보여 일명 '호반우'(虎班牛)라고도 불리는 토종 한우지만, 전국적으로 2천300여 마리에 불과하다.
농촌진흥청은 25일 명절을 앞두고 우리 재래 소의 일종인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 또는 흑갈색 세로줄 무늬를 가진 칡소를 새롭게 조명했다.
1912년 일제 조선총독부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에서 조사해 발표한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소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에 누렁이 한우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당시 기록에는 소 2천744마리를 모색(毛色)별로 분류한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적갈색 한우 2천135마리(77.8%), 흑갈색 소 284마리(10.3%), 흑색 소 241마리(8.8%), 호랑이 무늬 칡소(虎毛) 71마리(2.6%), 기타 13마리(0.5%)였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호랑이 무늬 소가 칡소로 추정된다. 다양한 재래 소들이 어쩌다 멸종 단계에 이르러 누렁이 한우만 남게 되었을까.
1938년에 발표·시행한 '조선우(朝鮮牛) 심사표준' 평가 기준을 보면 현재 한우 모색에 해당하는 적모(赤毛)에 높은 점수를 주도록 명시돼 있다.
이 문건은 광복 후 1964년 농림부가 고시한 '종축 및 후보 종축 심사기준'과 1970년 한국종축개량협회가 한우 등록을 위해 정한 '한우 심사표준'의 바탕이 된다. 그렇게 누렁이 한우를 제외한 다른 재래 소는 이 땅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돼 갔다.


농진청은 1990년대 이후 칡소와 흑우를 찾아내 현대적 육종 방법으로 복원에 성공했다.
칡소는 2006년 4천여 마리까지 늘다가 다시 줄면서 현재는 2천300여 마리에 머물러 있다.
국립축산과학원과 도 축산 관련 연구기관, 한국종축개량협회는 2013년부터 칡소의 개량과 보존을 위해 전국 농가 칡소의 모색 및 혈통을 조사해 '칡소 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
또 칡소의 순종교배와 근교 퇴화를 방지하기 위해 8개도 축산 관련 연구기관이 선발한 칡소 씨수소의 정액을 교환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축산과학원이 칡소 고기(채끝과 우둔육)의 육질과 맛 특성을 조사한 결과, 근내 지방함량이 낮고 육질은 질긴 편이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아 저지방 고단백질 식품 급원으로 가치가 있었다.
맛에 영향을 주는 유리아미노산 함량 분석에서는 단맛과 관련된 알라닌, 프롤린, 트레오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향기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구운 고기향을 내는 피라진류 함량이 높게 나타났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칡소는 한우와는 또 다른 특유의 고기향과 남다른 식감을 지녀 별미로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소다"고 말했다.
송금찬 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장은 "칡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사육두수가 감소하는 등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칡소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고 산업기반 확대가 촉진돼 우리 한우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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