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식용견 도축 합법화" vs "법적 제재"…개식용 두고 이견 '팽팽'
작성일 2023-09-12 13:03:14 | 조회 29
[현장in] "식용견 도축 합법화" vs "법적 제재"…개식용 두고 이견 '팽팽'
춘천서 개 불법 도축 문제로 논란 재점화…'법적 공백 메워야' 한 목소리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불법 개 도축장 폐쇄하라.", "국민 먹거리 막을 권리 그 누구에게도 없다."
'반려동물 동행도시'로 선포된 지 2년. 강원 춘천에서는 최근 개 불법 도축 문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도축장 허가조차 받지 않았거나 흑염소 도축장으로 허가받은 업체에서 개 도축이 불법적으로 이뤄지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4일 개 불법 도축 실태를 파악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육동한 춘천시장도 각 읍·면·동을 대상으로 불법 도견장 실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 같은 개 불법 도축을 둘러싼 논란은 '개식용'이라는 해묵은 논쟁과 맞닿아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개 사육·도축이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이뤄지는 가공·유통 과정이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위생'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한다.
반면 대한육견협회 등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은 먹거리 기본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주장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여기에 개식용을 둘러싼 관련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논의는 오랜 기간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개식용 문제를 제도적 틀 안에서 해결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개고기는 '식품'일까?…개 도축이 '위법'임에도 처벌 어려운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개고기를 식품으로 보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현행법상 식품을 규제하는 법률에는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이 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도살 처리부터 가공·유통 등 과정에서 위생 검사를 받아야 하는 소·말·양 등 13종 가축을 정의하고 있는데, 여기에 개는 포함되지 않는다.
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식용가축에 해당하지 않아 개고기 역시 엄밀히 말하면 국가에서 허용하지 않은 고기에 속한다.
이뿐만 아니라 개고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식품 원료도 아니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섭취할 수 있는 식품 원료를 규정해두고 그 기준·규격에 맞지 않는 식품은 가공·유통·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식품 원료가 아닌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곧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허가·등록 취소, 영업정지, 영업소 폐쇄 등의 행정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 넘겨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동시 처벌 가능)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여전히 시장에서 개고기가 소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은 탓에 개식용 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고기를 도축하고 유통·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이 위법임에도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기간 내려져 온 '관습' 때문이다.
식약처는 개고기 식용판매가 원칙적으로 합법은 아니지만 관습을 고려할 때 실제 처벌까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다만 개고기를 포함한 보양식을 조리·판매하는 식품접객업소의 위생관리를 위해 지도·점검은 실시하고 있다고 식약처는 설명한다.
한편 개의 '가축' 규정을 두고 축산업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축산법에 개가 소·말·양과 같은 가축으로 분류돼 관련법 간 모순이 존재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축산법상 개는 가축의 개량·증식, 축산 환경 개선, 축산업 구조개선 등 축산업 전반에 대한 것으로 식용가축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축산법에서 정의하는 개는 반려견, 방범 및 시각장애인 안내를 위한 특수목적견 등 모든 종류의 개를 포괄하기 때문에 개식용과 관련한 논의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

◇ "반려견·식용견 분리해 법제화하자" vs "비현실적 주장"
개 도축이 위법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이 부재한 탓에 일부 도축장에서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개고기의 가공·유통이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전류 쇠꼬챙이 등을 이용해 개를 죽이는 동물 학대도 발생하고 있다.
개식용 산업 종사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은 차라리 반려견과 식용견을 각각 분리해 법제화하자는 입장이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식주권·생존권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규정하는 가축의 대상에 개를 포함해 위생적인 환경에서 식용견을 도축할 수 있도록 합법화해 줬으면 좋겠다"며 "식용견과 반려견을 각각 구분해 법제화한 뒤 관리·감독하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들도 이 일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 먹거리를 제한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수십 년간 생업으로 개식용 산업에 종사해온 상인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단체 역시 같은 입장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정책행동팀장은 "불법 시설에서 각종 방식으로 개를 죽이고, 토막 난 사체를 실온 상태에서 용달 트럭에 싣고 다니는 등 출처도 모르고 관리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지육이 아무렇게나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며 "개식용 찬반을 떠나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법적으로 이를 관리·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식용견과 반려견을 나누어 관리하자는 육견협회 주장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인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 팀장은 "식용견으로 흘러 들어가는 개 중에는 누군가의 반려견으로 살다가 팔려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다 나눌 것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식용견' 카테고리를 넣는다고 가정하면, 도살할 때 전압을 얼마나 쓸 것인지, 개 도축에 적절한 온도는 몇 도인지 등 국가 차원의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한 입법과 매뉴얼도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다.
그는 "현장에서 마주한 실태를 살펴보면 대부분 불법 건축물에서 개를 키우고, 도살 과정에서도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가 기본적으로 수반된다"며 "거래 장부만 봐도 어마어마한 수준의 현금 거래가 이뤄지는 등 모든 과정이 불법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오히려 직업 자유를 내세우는 건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에 대한 기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정치권도 '개식용' 논의 활발…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해야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법적 공백으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국회에는 개식용 산업을 종식하려는 입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의 '개식용 금지 및 폐업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44명이 모여 '개식용 종식' 관련 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개식용을 둘러싼 논의에는 대부분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 금지, 계류장에 머무는 개에 대한 지자체 보호 의무 등이 언급되곤 한다.
이처럼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는 데 대해 반갑다는 것이 주된 반응이지만, 일각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도 수반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춘천시 도축장 곳곳에서 발견된 개 약 90마리가 한꺼번에 시 동물보호센터로 이송되면서 공간이 포화상태에 놓였다.
시 관계자는 "적게는 한 달에 5∼6마리, 많게는 20마리 들어오던 개들이 이렇게 많이 들어온 건 처음"이라며 "적정규모인 150마리를 훌쩍 넘어서 외부에 임시공간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에서 한없이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계류장 등에서 구조된 개들의 일부도 일반적인 유기견과 같이 결국 안락사 과정을 거치게 될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대책 없이 지자체에 보호 의무만 부과할 경우 따를 수 있는 여러 문제점도 면밀히 살펴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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