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⑦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 구기자
작성일 2023-08-28 08:32:05 | 조회 33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⑦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 구기자
예로부터 무병장수와 연관…'과실 비아그라'로 불리며 서양에서도 주목

[※ 편집자 주 = 약초의 이용은 인간이 자연에서 식량을 얻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할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오랜 옛날 인류 조상들은 다치거나 아플 때 주위에서 약을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널리 사용되고, 지금도 중요하게 쓰이는 게 약초입니다. 현재는 한방 약재뿐만 아니라 생명산업, 기능성 식품, 산업 소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9월 개최를 앞두고 우리 전통 약초와 관련한 이야기, 특성, 효능 등이 담긴 기사를 연재합니다.]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중국 송나라 시절 구기자와 관련해 유명한 전설 하나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떤 청년이 벼슬길을 떠나던 중 한 마을에 머물게 됐는데 이곳에서 15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80∼90세가량 되는 노인을 손으로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기괴한 생각이 들어 청년은 그 여자아이에게 '노인을 왜 때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아이가 '이 애는 내 증손자인데 내가 좋은 약을 줘도 먹지 않고 나이가 들어 걸음도 제대로 못 걸어 벌을 주고 있소'라고 말했다.
청년이 놀라 '당신은 몇 살이오'라고 물으니 여자아이는 놀랍게도 '372살이오'라는 답했다.
이에 호기심이 생긴 청년이 어떤 약을 먹었느냐고 캐묻자 종류는 하나인데 다섯 가지 이름이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자아이에 따르면 봄에 잎을 채취해서 천정초, 여름에 꽃을 따서 장생초, 가을에 종자를 채취하면 구기자, 겨울에 뿌리를 캐며 지골피라 불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약재를 술에 잰 뒤 49일 동안 건조해 꿀과 함께 매일 먹으면 몸이 늙지 않고 장수한다오'라고 덧붙였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에게도 구기자와 얽힌 이야기가 있다.



진시황이 진나라를 건국한 뒤 불로장생할 수 있는 약재를 찾아 전국 각지로 신하를 보낸 것은 유명하다.
당시 궁중 비법을 찾아보면 불로장생약이라며 오로환동환, 칠보미발단, 연령고본화 등 세 가지가 언급되는데 공통으로 구기자가 들어간다는 속설이 있다.
이처럼 구기자와 연관된 각종 설화나 이야기는 주로 장수와 관련 있다.
귀한 약재의 힘을 빌려서라도 오랜 세월 천수를 누리며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이 투영된 셈이다.
구기자는 구기자나무속에 속하는 낙엽관목인 구기자나무의 열매를 지칭한다.
나무는 4m 높이까지 자라며 6∼9월 연보라색 꽃을 피우고 8∼10월 1.5∼2.5㎝ 크기에 타원형의 밝은 붉은색 열매를 맺는다.
한방에서 익은 열매와 뿌리껍질을 말려 약재로도 사용한다.
생으로 먹거나 술을 담그기도 하며 봄에 어린순을 밥에 쪄서 먹기도 한다.
구기자 씨는 기름을 짜내서 사용할 정도로 버릴 구석이 하나 없는 식물이다.
베타인 성분이 풍부해 간 기능 개선과 피로 해소, 자양 강장, 남성 정력 등에 효능이 탁월하다.
영국 BBC에서 오렌지보다 비타민C가, 당근보다 베타카로틴이, 스테이크보다 철분이 많아 '과실 비아그라'로 불리며 슈퍼푸드로 주목받는다는 보도를 할 정도로 서양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중국과 히말라야, 티베트, 몽골 등지에서 많이 난다.
우리나라 대표 주산지는 해발 480m 사자산 자락에 있어 칠갑산을 등 뒤에 둔 충남 청양군 일대로 연간 약 400t을 생산,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에서는 재배면적이 3만5천㎡ 정도로 재배 농가는 많지 않으나 뛰어난 효능으로 인해 생산 농가와 가공업체에서 차와 가루로 된 상품들을 판매 중이다.
최근 약초차 전문 브랜드 지리산청강원에서 아홉번 찌고 말린 구기자가 들어간 콤부차를 '구기자 & 황차 마고네 콤부차'라는 상품명으로 출시해 시판하고 있다.
산청군 관계자는 "구기자를 넣은 차는 신선들이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무병장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며 "대대로 장수하는 집은 구기자나무가 그 집 우물에 뿌리박고 있다는 설화가 전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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