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허리 세울 짬도 없다" 전남 곳곳 폭염 속 복구 구슬땀
작성일 2023-07-25 18:39:41 | 조회 52
[르포] "허리 세울 짬도 없다" 전남 곳곳 폭염 속 복구 구슬땀
상가 물 퍼내고, 축사 오물 걷어내고, 가축에는 전염병 예방주사


(목포·함평=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하룻밤 폭우로 동네가 쑥대밭이 될 줄이야, 손을 놀릴 수 없이 일단 복구 작업하지만, 쓸 수 있는 게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최대 200㎜의 집중호우로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긴 전남 목포시 석현동 한 중고 자동차 판매점주 박모(55) 씨는 25일 운전석에 흙탕물이 고인 침수 차량 8대를 바라보며 허탈해했다.
뒤늦게나마 상가 뒤편으로 인근 하천과 연결되는 배수로를 만들어 남은 빗물을 모두 빼냈지만, 상가 내부 곳곳에는 수마가 휩쓸고 간 생채기가 가득했다.
사무용 목제 책상과 의자 등 사무용품은 물을 잔뜩 머금어 부풀어 올랐고, 진흙으로 얼룩진 가전제품들은 깨끗이 닦아 구름 사이 햇볕을 찾아 말려보지만, 다시 쓰긴 어려워 보였다.
고무호스로 수돗물을 뿌리던 침수 피해 상인들은 서로를 향해 "오늘 중으로 끝내자. 힘을 내자"를 외치면서 서로를 독려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주유소, 은행, 상점 등 석현동 곳곳에는 '침수 피해를 입어 영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나 알림장이 무수히 내걸렸다.
피해 상인 박씨는 "10여년 전 집중호우로 석현삼거리가 물에 잠긴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 지방자치단체에 배수관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을 여러 번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내리기 하루 이틀 전부터만 주의를 했더라면 이 정도로 피해를 보진 않았을 것이다"며 "먹고 살려고 복구 작업을 하긴 하는데 건질 건 별로 없어 보인다"고 한숨 내쉬었다.

농경지 450㏊가 삽시간에 물에 잠긴 전남 함평군 엄다면 일대도 수해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다.
2천600㎡ 축사 1개 동에서 4년째 한우 80마리를 키우는 축산업자 전명규(42) 씨는 흙탕물과 퇴비가 뒤범벅된 오물들을 퍼내는 데 허리를 펴지 못했다.
지난달 말 한차례 장맛비에 수해를 입은 이 축사는 임시방편으로 둑을 만들어 침수에 대비했지만, 쏟아지는 비에 축사와 주변 3만여㎡의 논두렁이 속절없이 모두 물에 잠겼다.
연로한 전씨의 어머니도 삽자루를 들고 축사 밖으로 흘러내린 오물을 퍼 날랐고, 전씨는 농기계를 동원해 복구 작업에 매달렸다.
전날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물속에서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 기진맥진해진 소들은 서로를 기대며 주저앉기도 했다.
함평 축산협회에서는 소들 사이에 수해로 전염병이 나돌까 봐 면역력 강화를 위한 방역 작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협회 소속 의료진은 가파르게 숨을 쉬거나 두 눈이 맥없이 풀려버린 소들을 대상으로 주사를 놓으며 다시 힘을 내길 응원했다.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아 내린 이번 비로 신안군에서는 안좌면을 중심으로 주택 10채와 도로 2곳이 침수됐으나 전날 군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으로 복구 작업이 완료됐다.
화순에서는 174㏊에서 352 농가가 복숭아 재배를 하는데, 전체 농가가 피해를 입어 군 자체 추산 16억5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해남에서도 제방 7곳이 유실되거나 붕괴했고, 6곳의 농로가 파손됐다.
지자체 관계자는 "복구 작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피해 지역 범위가 넓어 계획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피해주민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daum@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