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이후 '크루즈연수'…부안군의회, 한때 강행하려 했다
작성일 2023-08-18 14:59:30 | 조회 92
잼버리 이후 '크루즈연수'…부안군의회, 한때 강행하려 했다
폭염에 대원 쓰러지는데 안건 심사…위원 5명 만장일치로 '가결'
"날씨·돌발상황 고려해야…의회 비난 받을 수 있다" 우려도 나와



(부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이후 국외연수를 예정했다가 취소한 전북 부안군의회가 비판 여론을 예상하고도 한때 일정을 밀어붙인 정황이 드러났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안군의회는 잼버리 기간인 지난 3일 군의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국외 출장을 심의·의결하는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이날은 폭염에 지친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등 100여명이 탈진해 쓰러졌던 개영식 바로 다음 날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야영장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폭염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재난안전특별교부세 30억원을 전북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개최지에서 인명사고가 줄 잇는 심각한 상황에도 국외연수 심의를 위해 모인 심사위원들은 출장 목적과 기간, 비용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각자 의견을 냈다.
군의회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은 "평상시에 보면 의원님들 10분이 전체적으로 빠짐없이 연수를 가야 하는데 한두분씩은 꼭 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일반 모임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렇게 되면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다른 위원은 "이게 꼭 다녀와서 100% 뭐가 좋아진다는 것보다도 차츰차츰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일단 눈으로 보고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하고 와서 부안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행으로 치닫는 잼버리 상황을 의식한 듯 우려 섞인 발언도 나왔다.
한 위원은 "천재지변인 태풍이나 다른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나 잼버리 기간에 이슈화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계획된 출장을 진행해도 좋겠지만, 날씨나 돌발상황으로 인한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감안해서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다른 의견을 냈다.
위원장은 "상반기 출장이 도중에 취소됐던 사례도 있고, 간혹 의회의 어떤 생각에 부담이 생겼을 때 비난이 생기기도 한다"며 "그런 부분들은 의원님들께 '심사위원회에서 굉장히 우려한다'고 전달해달라"고 군의회 직원에게 주문했다.
이어 "이게 지금 사실 이번 크루즈 출장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그 자체가 여행"이라면서도 "여행 자체가 출장이고, 출장이 여행이고 약간 그런 건데…공무원들이 중심을 잡아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석한 심사위원 5명은 이후 별다른 질의나 의견 없이 안건을 심사해 만장일치로 국외 출장을 가결했다. 이들 심사위원은 지역 각 기관 및 사회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라고 군의회는 전했다. 당초 2명의 심사위원이 더 참석했으나 이들은 현직 군의원이어서 심의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국외 출장은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3박 4일간 크루즈를 타고 싱가포르와 기항지인 말레이시아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출장자는 군의회 의원 10명 전원과 직원 4명 등이며, 경비 4천17만원은 전액 군비로 집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잼버리 파행에 따른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부안군의회는 지난 10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국외연수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부안군이 추진하는 크루즈항 여건과 실효성,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점검하기 위해 연수를 결정했던 것"이라며 "크루즈산업 선진국인 싱가포르 연수 계획이었지, 단순한 외유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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