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땡볕에 잼버리 지원업무 동원' 공무원에 "밥값 내라"
작성일 2023-08-10 13:07:49 | 조회 63
전북도 '땡볕에 잼버리 지원업무 동원' 공무원에 "밥값 내라"
"업무 동원도 모자라 밥값까지 내라니 허탈"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정경재 기자 = "우리 지역 행사라 무더위에도 열심히 일했는데 식비를 따로 걷는다니 조금 씁쓸합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 지원 업무를 나간 공무원들에게 전북도가 식비를 걷어 원성을 사고 있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도 자치행정과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전원 철수한 다음 날인 지난 9일 지원 업무를 마친 공무원들에게 식비를 청구하는 공지를 문자메시지로 돌렸다.
이 공지에는 '잼버리 관련 시설점검 해주느라 더운 날씨에 너무 고생이 많았다. 부담을 주게 돼서 죄송하지만, 동원된 직원들 식비를 각 부서에서 걷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식비는 1인당 1만2천원이며 부서별로 참여 인원에 따라 식비를 계산해 담당자 계좌로 송금토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도 소속 공무원은 "초반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사이고, 또 더위에 고생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안쓰러워 기꺼운 마음으로 현장에서 일했는데 이런 취급을 당하니 허탈한 마음"이라며 "식비를 내는 것은 금액이 많지 않고, 큰 문제도 아니지만 이런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문자메시지를 받고 처음에는 식비를 지급해준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며 "다시 읽어보니 동원돼 고생한 직원에게 돈을 내라는 이야기여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부 공무원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관련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하다 하다 이제 자원봉사자와 동원된 직원에게 돈을 내라니 말이 안 나온다', '진짜 너무 상식 밖이라 믿기지 않는다', '편의점 4천원짜리 도시락보다 부실한데 1만2천원은 누가 책정한 가격이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워낙 많은 직원이 동원됐는데 식비를 한 부서에서 모두 부담할 수는 없었다"면서 "더운 날씨에 직원들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도우려고 했지만, 출장비를 지급하는 것 외에 별도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사비로 밥값을 내라고 한 게 아니라 출장비에 포함된 식비를 다시 되돌려달라고 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보낸 식비는 도시락 업체 정산 비용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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