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카우트 매료한 짧고 달콤한 휴식 '조계사 싱잉볼 명상'
작성일 2023-08-09 19:05:57 | 조회 40
영국 스카우트 매료한 짧고 달콤한 휴식 '조계사 싱잉볼 명상'
불교 가르침 설명 듣고 반야심경 필사…서울 12개 사찰서 프로그램
새만금 조기 퇴영 결정했지만…"서울에서 멋진 시간 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편안하게 호흡합니다. 생각과 걱정과 피로함은 잠시 내려놓아요. 띠이잉…."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안심당 2층 강당에 누운 영국 스카우트 대원 40명이 혜원스님의 지도로 싱잉볼 명상을 시작했다.
스님은 금속으로 만든 명상 주발인 싱잉볼 7개를 수십초∼약 1분 간격으로 한 번씩 두드렸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지름이 다른 싱잉볼에서 깊고 길게 울려 퍼지는 서로 다른 소리를 들으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었다. 일부는 이내 '드르렁'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들은 약 20분간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또 다른 명상 악기인 띵샤 소리를 들으면 잠에서 깨어났다.

스카우트 대원 테오 프라이스 군은 "좋았다. 정말 제대로 긴장을 풀었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도중 서울로 거점을 옮긴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조계사를 방문해 짧은 시간이지만 불교문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명상에 앞서 조계사 다선체험관에서 종이에 한글로 인쇄된 반야심경의 일부를 펜으로 덧쓰는 필사를 체험했다.
지면의 오른쪽 위에서부터 세로쓰기하게 돼 있었지만, 이를 알 리가 없는 일부 대원들이 설명을 듣기 전에 왼쪽 상단부터 가로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진지하게 펜글씨에 몰입했고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았음에도 한 페이지를 다 채운 대원도 있었다.

이들은 조계사의 주요 건축물과 문화유산을 둘러보고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이나 불교의 가르침에 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스카우트 대원 샬럿 베이커 양은 "경내를 둘러본 것과 명상을 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면서 "영국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리버 워커 군은 "(한국) 문화가 매우 섬세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건물이 얼마나 잘 지어졌고 얼마나 오랜 기간 보존됐는지 그 장인 정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우트는 폭염 등 열악한 야영장 여건 때문에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했지만, 서울로 이동한 후에는 대체로 잘 지내는 것으로 보였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 인솔자인 팀은 한국 체류 상황이 개선됐느냐는 질문에 현재 용산구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면서 "서울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좋다"고 답했다.


조계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 시내 12개 사찰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인종, 성별, 종교와 관계없이 주요 전각을 참배하고 사찰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성보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잼버리 대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의 사찰은 조계사(종로구), 봉은사(강남구), 천축사(도봉구), 금선사(종로구), 길상사(성북구), 관문사(서초구), 경국사(성북구), 화계사(강북구), 국제선센터(양천구), 진관사(은평구), 묘각사(종로구), 수국사(은평구) 등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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