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조기 철수 왜? …배수 취약한 새만금, '물바다' 우려
작성일 2023-08-07 17:06:50 | 조회 26
잼버리 조기 철수 왜? …배수 취약한 새만금, '물바다' 우려
뻘밭 메워 야영지 조성…배수로·펌프 설치에도 잦은 침수
야영장 태풍 영향권 들어…조직위, 오후 조기철수 대책 발표



(부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7일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제6호 태풍 '카눈' 북상 소식에 야영지 조기 철수를 결정한 데는 대회 장소인 새만금지구의 태생적 한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바닷물이 드나들던 뻘밭을 메워 만든 야영지는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대회 직전까지도 물에 잠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태풍이 몰고 올 비와 바람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카우트 대원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의 규모는 여의도 3배 크기의 8.8㎢로 애초 관광·레저용지였으나 농업용지로 전환해 조성했다.
농업용지는 많은 물을 가두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 별도 배수장치 없이 최대한 평평하게 조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잼버리 부지도 마찬가지로 배수 기능이 아예 없어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본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프레 잼버리' 역시 당시 코로나 전파 문제 이외에도 침수 우려 등으로 개최되지 않았다.
전북도와 농어촌공사가 대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배수로와 펌프를 설치한 덕에 사정은 다소 나아졌지만, 대회 직전 부안군에 시간당 32㎜의 폭우가 쏟아지자 야영장은 또다시 물에 잠겼다.
상황이 악화하자 전북도는 대회를 하루 앞두고 밤새 배수로에 쌓인 이물질을 꺼내는 미봉책으로 침수를 수습했다.
그러나 잼버리 개회 당시에도 야영장 곳곳에서는 물웅덩이가 발견됐고, 스카우트 대원들은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후 축축한 부지에 폭염이 찾아와 야영장은 흡사 한증막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생활 여건이 열악했고, 땅에서 스며드는 습기에 '잠 못 이루는 밤'도 경험해야 했다.
여기에 모기 등 벌레도 창궐해 환자가 속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카눈'은 10일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하는 것으로 예보됐기 때문에 잼버리 야영장도 예외 없이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 물바다가 된 전력이 있는 야영장에서 대원들이 11일 무사히 퇴영하기는 어렵다는 게 연맹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조기 철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태풍 북상에 따른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정부는 서울 시내 대학교 기숙사와 각종 공기업 및 민간기업 연수시설과 함께 구청에서 보유한 체육관 등으로 숙소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지역 대학교 여러 곳에서도 조직위 측으로부터 '얼마나 대원들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왔다고 취재진에 전했다.
행정안전부와 조직위는 이날 오후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풍 북상으로 인한 야영장 안전 대책 등을 밝힐 예정이다. 여기서 구체적인 철수 일정과 수송 대책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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