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앞으로 중앙정부 주도…냉방버스 투입하고 실내활동 전환
작성일 2023-08-04 21:11:35 | 조회 32
잼버리 앞으로 중앙정부 주도…냉방버스 투입하고 실내활동 전환
尹, 냉장·냉동탑차 무제한 공급 지시…예비비 69억 투입 등 총력 대응
한 총리 "마지막 참가자 떠날 때까지 정부가 잼버리 책임"
온열질환자 138명으로 감소…대원들 체험활동 즐기는 등 점차 안정세
조직위 "공식 퇴소 인원 2명"…더위와 해충 우려는 여전


(부안=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폭염과 열악한 환경 탓에 비판이 쇄도했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중앙정부가 전면 나서면서 차츰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온열질환자 규모도 개영식에 청소년이 한꺼번에 몰린 2일보다는 감소했다.
여전히 더위와 해충 우려가 있지만,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버스가 투입되고 영내 야외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청소년들 활동 여건에 숨통이 트일 조짐이 보인다. 부상자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과 119구급대 인력도 추가로 투입됐다.
◇ 쿨링버스 등 폭염 대비 물품·구조 및 의료 인력 확대
중앙정부는 4일부터 전면에 나서서 잼버리 행사를 책임지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전라북도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잼버리 브리핑장을 찾아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금까지 취합된 요청사항 중 부족한 점들이 크게 30가지 정도였는데, 모두 해결됐거나 해결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버스 총 130대를 야영장 일대에 배치했으며, 100대가 추가로 투입되는 중이다. 버스 한 대에 40여명이 머물 수 있다. 폭염에 대비해 냉수를 탑재한 냉장냉동차 10대도 보급한다.
이날부터 참가자 전원에 냉동냉수 1인당 1일 5병, 쿨링 마스크, 모자, 자외선 차단제, 아이스팩 및 얼음, 염분 알약 64만5천정 등 폭염 대비 물품도 지급한다.
온열질환자 등 환자 증가로 부족한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서 의사 23명이 추가 배치됐으며, 영내 5개 잼버리 클리닉의 운영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잼버리 클리닉이 폭염 대피소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냉방기 11대와 발전기 10대를 추가 설치하고, 참가자들이 영지로 복귀할 때 이용할 차량도 10대를 추가 배치했다.
영지 내 그늘 확보를 위해 군의 지원을 받아 그늘막도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9개 시도 소방본부는 재난회복차 11대를 투입했으며, 구급차 20대와 인력 66명도 추가된다.
보건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일선 병원에 의료진 파견을 요청했다. 조직위 요청에 따른 것이며, 대기인력을 확보한 후 병원 운영 상황에 따라 투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응급 이송이 가능한 구급차도 함께 보내 K팝 콘서트가 예정된 6일까지 현장에 배치한다.
영내 활동 173개 프로그램 중 야외에서 열리는 대부분(170개)은 중단하고 실내 활동만 진행해 온열질환 추가 발생을 막기로 했다.
부족한 전기 공급용량도 대폭 증설하기로 했으며 현재까지 70% 가까이 증설이 완료됐다. 부족한 급식량은 확대됐고 간식도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
당초 조직위는 폭염 대책으로 덩굴 터널과 수도 시설만을 마련해 질타를 받은 바 있으며, 실제로 2일 전 대원이 한꺼번에 모이는 개영식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면서 '생존 게임'이라는 조롱을 사기도 했다. 부실하거나 부패한 급식과 허술한 샤워장 등 시설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날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예비비 69억원을 의결했으며, 행안부도 전날 특별교부세 30억원을 긴급 지원해 필요한 물품을 적시에 제공하기로 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한 총리 지시에 따라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잼버리 현장을 지키기로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이틀간 직접 현장을 찾았으며, K팝 공연이 예정된 오는 6일까지 잼버리 야영장에서 숙영하면서 범정부 추진단을 이끌기로 했다.

◇ 덥지만 청소년들은 춤바람…코로나·해충 문제 관건
청소년들은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흥겨운 모습이다.
쿨링 버스 덕분에 행사장 곳곳에서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대원들은 춤을 추거나 체험활동을 하며 행사를 즐기고 있다.
쿨링 버스에 타고 있던 캐나다에서 온 샬럿(17) 양은 "친구들과 걷다가 힘들어서 버스에 탔다"며 "더울 때는 이 방법도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온열질환자 수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개영식에서 폭염으로 인한 탈진자가 속출한 2일 온열질환자는 207명이었는데, 하루 지난 3일에는 138명으로 줄었다.
야영장을 떠난 대원도 있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직위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2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가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퇴소 의사를 밝혔다. 다만 야영장에 대원을 보낸 학부모 사이에서는 퇴소 인원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학부모는 "주변 스카우트 부모 중에는 6명 정도가 아이들의 퇴소를 위해 부안에 다녀왔다"면서 "한 아이는 온열질환으로 세 차례 병원을 찾았고,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 부모가 직접 잼버리를 찾아가 데려왔다"고 전했다.
관건은 감염병과 해충이다.
대회 개막 이후 사흘간 야영장에서는 코로나19 환자 28명이 나왔다. 다만 중증 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NS에는 야영장에 모기와 해충이 창궐해 벌레물림 증상을 호소하는 대원들의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날에는 하루 동안 383명이 벌레 물림으로 영지 내 병원을 찾았다.
이에 대해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2년 전만 해도 야영장에 아주 많은 모기와 해충이 있었는데 방제 작업을 진행하고 나서는 생각보다는 (해충이) 없다"며 "충분히 대원들이 야영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오는 6일로 예정된 K팝 콘서트 준비에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이브(IVE) 등 정상급 K팝 스타들이 총출동하면서 대원들이 대규모로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위와 경찰, 소방 당국 등은 개영식에서처럼 온열질환자와 부상자가 속출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글로벌 이슈'된 잼버리…정부, 주한 외교공관에 브리핑
외국의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SNS를 통해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면서 잼버리는 글로벌 이슈로 비화했다.
외신들도 온열질환자 발생 상황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1일 개막한 잼버리에서 첫날부터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며 "그중 상당수는 야영지 임시 의료시설에서 치료받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은 잼버리가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지역에서 개최되는 만큼 행사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잼버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보 코너를 개설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현재 영국 외무부가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기온이 38도까지 오르자 4년 만에 처음으로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가장 높은 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 행사가 열리는 지역에도 수차례 스마트폰 경보가 울렸고, 야외활동 자제 권고가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이번 잼버리에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청소년을 파견했다.
자국민이 잼버리에 참여한 각국 주한 공관들은 현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미국과 영국 측은 한국 정부와 소통 중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외교채널을 통해 우려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외교부는 잼버리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주한 외교공관 23곳을 초청해 브리핑을 열고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설명했다.
이날 0시 기준 참가인원은 총 155개국 3만9천304명이고, 추가로 40명이 입영할 예정이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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