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발목 잡힌 새만금 세계잼버리…운영 미숙까지 노출
작성일 2023-08-03 13:36:31 | 조회 84
폭염에 발목 잡힌 새만금 세계잼버리…운영 미숙까지 노출
연일 가마솥더위에 온열질환자 속출…개영식서 무더기 탈진
조직위 준비 상황 부족…"중증 환자 없다"며 안일한 인식도



(부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이쯤 되면 잼버리가 아니라 생존 체험 아닌가요?"
우수한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 속에 알리겠다며 유치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8월 폭염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에 연일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회를 총괄하는 조직위원회는 미숙한 준비와 운영을 인정하지 않고 참가자의 '스카우트 정신'만 줄곧 강조하고 있어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일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개영식에서 139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108명은 온열질환자가 파악됐다. 개영식이 늦은 오후에 열렸음에도 한낮 뜨거운 햇볕에 지친 참가자들이 공연 도중 무더기로 어지럼증을 호소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119구급대원은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쓰러져 비상이 걸렸다"며 "차량 30대를 배치했는데 환자가 너무 많아서 타지역 구급대를 급하게 추가로 배치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 또한 "일부 참가자는 (사람들이 쓰러지자) 울면서 집에 전화를 걸었고, 외부 병원으로 이송된 스카우트 대원도 있었다"고 밝혔다.



잼버리가 열리는 야영장은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데다,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지만, 한낮 동안 데워진 열기로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 야영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더구나 지난달 쏟아진 기록적인 장맛비로 생긴 물구덩이가 한낮 더위에 데워져 야영장은 흡사 한증막을 떠올리게 한다는 경험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졌다.
예견된 사고에도 조직위의 준비 상황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
4만3천여명의 참가 인원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50개 병상으로 대회를 시작했고, 그나마 내놓은 폭염 대책도 덩굴 터널과 수도 시설에 불과했다. 이미 온열질환자 수가 병상수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여서 몇몇 환자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도 모자란 데다, 일부 시설은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수준이어서 대원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참가자 학부모의 목소리도 있다.
사실상 총체적 난국에도 조직위는 "큰 문제 없다"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어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직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나온 온열질환자는 모두 경증 환자이며, 중증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다"며 "훈련받은 운영요원과 지도자들이 청소년 대원들 옆에서 건강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대회 개막 이후 전날 오후 10시까지 야영장 등에서 환자 992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오전까지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통계여서 환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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