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집의 미래
작성일 2023-10-16 08:31:56 | 조회 42
[신간] 집의 미래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 집의 미래 = 임형남·노은주 지음.
건축가 부부인 임형남·노은주씨가 한국의 옛집과 유구한 역사를 가진 사찰, 서원 등에 대한 건축학적인 고찰을 했다.
저자 부부는 조선시대의 집 중 '최고의 집'으로 경남 산청의 덕천강변에 있는 산천재를 꼽았다.
벼슬을 마다하고 올곧은 선비를 고집한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 남명 조식이 은둔했던 산천재 뒷마당은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산천재는 '산속에 하늘이 담긴 집'이라는 뜻이다.
강원 강릉에 있는 조선시대의 가장 큰 집이었던 선교장은 하인이 자는 곳까지 합하면 300칸으로, 무려 200년간 지어졌다.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은 언뜻 보면 일반인이 사는 집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왕이 사는 궁의 형식이 알알이 박혀 있단다.
조선 왕들의 영혼을 모시는 종묘는 높이 세우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압도해버리는, 수평적 랜드마크의 건축이라고 명명한다.
일제 강점기 수난의 역사를 지닌 경복궁은 전형적이고 권위적이지만, 공간의 크고 작음의 구사가 능란해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겸비한 궁궐이기도 하단다.
퇴계 이황이 57세 되던 해에 짓기 시작해 60세에 완성했다는 도산서원은 늘 삼가는 자세로 성실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 이황의 철학을 닮아 작지만 겸손하고, 조용하면서도 경건하다고 평가했다.
저자 부부는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강을 보면서 운치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병산서원을 한국 서원 건축사의 백미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리산 화엄사에는 석가모니의 집만 두 채가 있는데, 이는 무척 드문 경우라고 한다.
이에 비해 통도사 대웅전에는 석가모니가 없고 대웅전 대좌에는 빈 방석이 하나 놓여있는데, 이는 '강력한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책은 경주 황룡사지와 익산 미륵사지 등 예전에 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빈터만 남은 폐사지들도 돌아본다.
저자 부부는 우리의 옛집을 만나는 일은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자, 집의 미래를 기억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인물과사상사. 312쪽.





▲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 이임하 지음.
우봉운, 김명시, 조원숙, 강정희, 이경희, 이계순, 이경순 등 일제의 억압과 멸시에 맞섰던 7명의 페미니스트 이야기다.
정신여학교를 졸업하고 북간도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약한 우봉운은 1930년 평양고무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여성 운동이 새 방향에 들어선 기점이라고 봤다.
김명시는 대만인, 베트남인 등 반제국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이면 종족과 인종을 벗어나 함께한 '트랜스내셔널 운동가'였다고 한다.
그는 조선공산당 재건 운동에 가담했다가 7년간의 옥고를 치른 뒤 조선의용군을 찾아간다.
조원숙은 일제 강점기 중간에 조직된 여성 단체인 근우회의 맹장이었으나, 말년에는 간첩으로 몰려 형무소에서 지내야 했다.
이경선은 '조선 여성에게 호소함'에서 부엌에서 나오는 것이 여성이 자유를 획득할 기회라고 외쳤다.
역사 속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사망 연도조차 대부분 나와 있지 않다. 철수와영희. 296쪽.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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