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문제 없는데 난자동결' 정부지원 해야 할까
작성일 2023-09-29 11:40:15 | 조회 84
'의학적 문제 없는데 난자동결' 정부지원 해야 할까
만혼·자기계발 추구 등으로 '사회적 원인' 난자동결 늘어
서울시 '난자동결 시술에 200만원 지원' 발표, 복지부도 "검토 중"
'사회적 이유' 지원한 해외 사례는 아직 없어…일부는 금지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역대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저출산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가임기 여성의 난자동결을 공적 재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락 일로를 걷는 출산율을 반등시키려는 고육책인데, 자기 계발 등 '사회적 이유'로 인한 난자동결도 지원 대상에 포함할지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29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난자동결은 추후 임신 가능성을 고려해 난자를 얼려 보관하는 것이다. 나중에 난자를 해동해 체외수정 시술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당초에는 체외수정 시술 과정에서 과배란돼 남은 난자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거나,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앞두고 가임 능력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언젠가는 아이를 낳고 싶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난자를 동결해 보관하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차병원그룹의 통계에 따르면 소속 병원에서 실시된 미혼여성의 난자 동결보관 시술 건수는 2010년 14건에서 2019년 493건으로 35배나 늘었다. 최근에는 방송인 솔비가 난자동결 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들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난자동결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지난달 전국 최초로 난자동결 시술 비용으로 2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30∼40대와 질환 등으로 조기폐경 가능성이 있는 20대다. 난자동결 시술 비용은 회당 250만∼500만원 수준이다.
복지부 역시 난자동결 시술 지원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도입 여부와 지원 대상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난자동결이 저출산 대책으로 부각되는 데에는 유독 심각한 만혼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의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2020년보다 각각 4.4세, 4.8세 높아졌다. 합계출산율은 작년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의 생식능력은 30세 이후 점점 감소해 35세 이후부터 난임, 불임 확률이 커지고, 당뇨병·고혈압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자동결 지원은 장래 출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지에 대해 사회·윤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이견이 적지 않다.
난자동결 사유로는 암 환자가 약물·방사선 치료 등을 받기 전에 건강한 난자를 동결시키고자 하는 등의 '의학적 이유'와 의학적이지 않은 개인 의사에 따른 '사회적 이유'로 분류할 수 있다.
여성의 고등학력에 대한 욕구 증가, 자기 계발과 직업적 성취 추구, 초혼 연령 증가 등으로 사회적 이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난자동결 지원에 재정을 투입하거나 건강보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지원책이 출산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효용성이 있을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출산을 늦추면서 난자를 동결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지원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국가가 사회적 이유에 의한 난자동결 비용까지 부담하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는 "의학적 이유에 의한 난자동결을 지원하는 외국 사례는 있지만, 사회적 이유에 의한 난자동결 지원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2021년 2월부터 의학적 이유가 있는 40세 미만 여성에 한해 난자동결 비용을 공적 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불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경우 난자동결에 대해 비용을 지원하지만, 사회적 이유에 의한 난자동결 등은 비용을 보조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프랑스, 헝가리, 리투아니아, 몰타, 노르웨이,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등 사회적 이유에 의한 난자동결을 아예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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