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지혜 응축된 '그림 동화'…매일 한편씩 읽어보세요"
작성일 2023-09-19 13:33:01 | 조회 79
"삶의 모든 지혜 응축된 '그림 동화'…매일 한편씩 읽어보세요"
독문학자 전영애·김남희 교수, 그림 형제의 1857년 7판 정본 완역
"삶의 지혜 민중의 눈높이로 담겨…종합선물세트 같은 책"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일에 대해 너무나 많은 지혜를 일깨워주는 책이에요. 똑똑한 사람만 나오는 게 아니라 욕심 많고 어리석고 악랄하고 그런 사람들의 얘기도 많아요. 저는 맨 처음에 나오는 개구리 왕 이야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18세기 독일의 언어학자인 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 형제가 14년간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모은 웃기고 슬프고 지혜롭고 이상한 200가지 이야기, 바로 '그림 동화'다. 독문학자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18일 민음사가 마련한 '그림 동화' 출간 원격 간담회에서 이 책의 이야기들에는 삶의 지혜가 "민중의 눈높이로 응축돼 담겼다"며 이렇게 말했다.
독일어 원어 그림 동화의 1857년 7판 정본을 완역한 '그림 동화'(민음사)가 독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전영애 교수와 김남희 경북대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금박을 입힌 양장본 전 2권 세트로, 두 권을 합쳐 1천7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이다.
언어학자였던 그림 형제는 나폴레옹 전쟁 후 황폐해진 독일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역에 구전돼오는 민담을 수집하고, 마침내 그림 동화집을 완성한다. 원제는 '아이들과 가정의 동화'지만 '그림 동화'로 널리 알려졌다.
'빨강 모자', '헨젤과 그레텔', '라푼첼', '황금 거위' 등의 유명한 동화들이 수록된 '그림 동화'는 200여 년 전 독일에서 처음 출간됐지만 이후 간소화되거나 여러 매체에서 변용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여전히 가장 많이 읽히고 사랑받고 있다.
이번 정본 번역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독일에서 괴테 금메달을 받은 독문학자 전영애 교수가 1권과 2권을, 김남희 경북대 독문과 교수가 2권을 함께 번역했다. 또 두 학자와 교류해온 독일 민담·동화 권위자 알프레드 메설리 전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가 자문을 맡았다.

메설리 교수는 지난 18일 원격으로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그림 동화는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독일어권에서 매우 위대한 책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언어의 아름다움은 매우 특별하다"면서 "그림 형제가 채집해 정리한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져 동화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그림 동화'의 번역출간은 메설리 교수가 전 교수와 김 교수에게 번역을 간곡히 부탁해 이뤄졌다.
2019년 방한 때 전 교수의 경기도 여주 자택 '여백서원'을 방문했던 메설리 교수는 전 교수에게 다음에 유럽에 올 때는 취리히에 꼭 들러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떠났다. 이후 독일에 간 전 교수가 강연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취리히에 잠시 들렀는데 설리 교수 집에서 사흘이나 머물며 김치와 생태찌개 등 한식으로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메설리 교수는 떠나는 전 교수에게 자신이 오래도록 연구해온 그림 동화를 한국에서 원형 그대로, 좋은 번역자의 손을 거쳐 출간됐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김남희 교수는 2018년 메설리 교수와의 인연으로 취리히에서 '그림 동화'의 한국 수용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는데, 그 뒤 메설리 교수가 김 교수에게도 그림 동화의 번역을 제의했다고 한다.
메설리 교수는 "한국에서 '그림 동화'를 번역할 적임자로 두 분 만큼 유능하고 경험 많은 번역가를 바랄 수 있을까"라면서 "두 분의 번역은 정확할 뿐 아니라 읽기에도 아주 친숙할 것이다. 독일어와 독일문화에 친숙할 뿐 아니라 텍스트를 변증법적으로 다룰 능력이 있는 역자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림 동화를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했다.
"종교와 관련된 것들도 있고 교육적 가치, 희망이나 도덕, 변화하는 환경, 불가해한 삶 등 삶의 모든 이야기가 어떨 땐 짤막하고 어떨 땐 길게 펼쳐집니다. 모든 지혜가 다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아요."
완역본에는 그림 형제의 동화책 삽화가로 널리 알려진 화가 오토 우벨로데의 삽화 400여 점도 본문에 수록했다. 역자인 전영애 교수가 직접 그림 동화를 구연한 영상 34편의 링크 영상도 본문에 수록해 독자들이 눈과 귀로 동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빌헬름 그림이 작가인 베티나 폰 아르님에게 보낸 편지와 그림 형제의 서문도 꼭 읽어야 할 글이다. 그림 형제가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민담을 수집하게 된 이유, 수집 방법, '동화 할머니'로 불리는 도로테아 피만을 만난 이야기 등이 자세히 담겼다.
메설리 교수는 '그림 동화'를 즐기는 방법으로 하루 한 편씩 읽어보기를 추천했다.
"하루에 한 편씩만 읽어보세요, '나'라는 존재와 세상을 좀 더 넓게 잘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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