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경제효과 기대했지만..잼버리 '총체적 부실'로 파행
그늘 하나 없는 간척지 개최에 계속된 장마·폭염·허술한 준비 원인
프레잼버리 통해 준비 미흡 부문 체크했더라면 결과 막았을 수도…
(부안=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영국과 미국 대표단 등이 행사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잼버리가 파행 국면을 맞았다.
폭염에 온열 질환자와 벌레 물림 환자가 속출하고 열악한 환경과 조직위원회의 안일한 현실 인식, 허술한 준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온다.
◇ 그늘 없는 간척지에서 수만 명이 여름 야영을?
이번 잼버리 파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그늘 한 점 없는 새만금의 개최지 선정과 폭염이 꼽힌다.
애초 그늘이 없어 여름 야영에 부적합한 새만금 매립지를 잼버리 장소로 정한 것부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기록적인 장마가 계속되면서 야영지 곳곳에 물 웅덩이가 발생했고 행사장 바닥이 질척거리는 등 엉망으로 변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부안군에 쏟아진 폭우로 야영지 일부 구간이 물에 잠겼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바로 연일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땡볕 더위가 이어졌다.
◇ 폭염·열대야로 온열질환·코로나 환자 속출… '화상벌레'까지 복병으로 기승
온열질환 등으로 지난 3일 야영지 내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1천486명이다. 개영식이 열렸던 지난 2일 992명을 합하면 이틀간 2천478명이 병원을 다녀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영장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야영장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4명은 생활시설에 입소했고 5명은 귀가했다. 확진자는 외국인 65명, 내국인 5명으로 파악됐다. 특히 4일에는 외국인 42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물구덩이에서는 벌레가 들끓어 벌레물림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3일 하루발생한 전체 환자중 벌레에 물린 환자가 36%를 차지할 정도로 스카우트 대원들은 낮에는 더위, 밤에는 모기와 화상벌레 등의 습격으로 밤잠을 제대로 이뤄지 못했다.
8월 무더위와 높은 습도 탓에 예견된 난관이었다.
폭염에 대비해 조직위가 준비한 시설은 그늘막과 덩굴터널, 샤워장, 급수대 등 수분공급 시설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공사가 늦어져 덩굴터널은 개최 전까지 완공되지 않아 임시 천막을 설치해야 했다.
여기에 샤워장과 탈의실, 급식·급수시설, 전기, 의료시설, 상점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세계인들로부터 '총체적 난국'이란 비난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잼버리에 공급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나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도 했다.
현장에선 이번 파행의 직접 적인 원인으로 폭염, 비위생, 전기 부족, 부실한 식사 등 네 가지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 '예선 없던 본선' 작년 프레잼버리 취소도 파행 원인으로 작용
조직위가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질타받는 가운데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프레잼버리'(잼버리 예비 행사)가 기반 시설 미비로 개최가 취소되는 등 부실 행사가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잼버리 주최국은 통상 본행사 전에 프레잼버리를 열어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하지만 잼버리조직위원회는 지난해 8월 개최 예정이던 프레잼버리를 2주 전에 돌연 취소했다.
당시 조직위는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비판 보도가 나온 뒤에도 '스카우트 정신'을 강조하며 대회 일정을 강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프레잼버리를 통해 미흡한 부분들을 체크했더라면 이번 사태로까지 비화하는 문제를 어느정도 막을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역 정치권, 여러 차례 경고 "일정 취소하거나 축소" 제안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철저한 준비와 일정 취소 등을 경고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잼버리를 강행한 게 이번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원택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며 "해충과 화장실 등 위생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21년 9월 당시 성경찬 전북도의원(고창)은 임시회에서 "잼버리 기간이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니 날짜를 며칠 늦춰서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치를 수 있어야 한다"면서 "4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가 자칫 집단 감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의당 및 진보당 전북도당도 잼버리를 앞두고 "유례없는 호우와 폭염으로 인해 잼버리가 제대로 치러질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회를 취소할 수 없으면 대회 전 일정을 대폭 수정하거나 야외 행사를 최소화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북도의회 역시 지난 6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안전대책 관련 국비 예산 투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128억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일부 국비만 지원했다.
결국 수조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며 야심차게 준비했던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살인적인 폭염이란 장벽에 막혀 중단위기로까지 내몰리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
sollenso@yna.co.kr
lc21@yna.co.kr
(끝)
그늘 하나 없는 간척지 개최에 계속된 장마·폭염·허술한 준비 원인
프레잼버리 통해 준비 미흡 부문 체크했더라면 결과 막았을 수도…
(부안=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영국과 미국 대표단 등이 행사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잼버리가 파행 국면을 맞았다.
폭염에 온열 질환자와 벌레 물림 환자가 속출하고 열악한 환경과 조직위원회의 안일한 현실 인식, 허술한 준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온다.
◇ 그늘 없는 간척지에서 수만 명이 여름 야영을?
이번 잼버리 파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그늘 한 점 없는 새만금의 개최지 선정과 폭염이 꼽힌다.
애초 그늘이 없어 여름 야영에 부적합한 새만금 매립지를 잼버리 장소로 정한 것부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달 기록적인 장마가 계속되면서 야영지 곳곳에 물 웅덩이가 발생했고 행사장 바닥이 질척거리는 등 엉망으로 변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부안군에 쏟아진 폭우로 야영지 일부 구간이 물에 잠겼고, 장마가 끝나자마자 바로 연일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땡볕 더위가 이어졌다.
◇ 폭염·열대야로 온열질환·코로나 환자 속출… '화상벌레'까지 복병으로 기승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영장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야영장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4명은 생활시설에 입소했고 5명은 귀가했다. 확진자는 외국인 65명, 내국인 5명으로 파악됐다. 특히 4일에는 외국인 42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물구덩이에서는 벌레가 들끓어 벌레물림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3일 하루발생한 전체 환자중 벌레에 물린 환자가 36%를 차지할 정도로 스카우트 대원들은 낮에는 더위, 밤에는 모기와 화상벌레 등의 습격으로 밤잠을 제대로 이뤄지 못했다.
8월 무더위와 높은 습도 탓에 예견된 난관이었다.
폭염에 대비해 조직위가 준비한 시설은 그늘막과 덩굴터널, 샤워장, 급수대 등 수분공급 시설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공사가 늦어져 덩굴터널은 개최 전까지 완공되지 않아 임시 천막을 설치해야 했다.
여기에 샤워장과 탈의실, 급식·급수시설, 전기, 의료시설, 상점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세계인들로부터 '총체적 난국'이란 비난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잼버리에 공급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나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도 했다.
현장에선 이번 파행의 직접 적인 원인으로 폭염, 비위생, 전기 부족, 부실한 식사 등 네 가지를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 '예선 없던 본선' 작년 프레잼버리 취소도 파행 원인으로 작용
조직위가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질타받는 가운데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프레잼버리'(잼버리 예비 행사)가 기반 시설 미비로 개최가 취소되는 등 부실 행사가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잼버리 주최국은 통상 본행사 전에 프레잼버리를 열어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하지만 잼버리조직위원회는 지난해 8월 개최 예정이던 프레잼버리를 2주 전에 돌연 취소했다.
당시 조직위는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비판 보도가 나온 뒤에도 '스카우트 정신'을 강조하며 대회 일정을 강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프레잼버리를 통해 미흡한 부분들을 체크했더라면 이번 사태로까지 비화하는 문제를 어느정도 막을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역 정치권, 여러 차례 경고 "일정 취소하거나 축소" 제안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철저한 준비와 일정 취소 등을 경고했지만, 이를 묵살하고 잼버리를 강행한 게 이번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원택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폭염이나 폭우 대책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며 "해충과 화장실 등 위생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021년 9월 당시 성경찬 전북도의원(고창)은 임시회에서 "잼버리 기간이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이니 날짜를 며칠 늦춰서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치를 수 있어야 한다"면서 "4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가 자칫 집단 감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의당 및 진보당 전북도당도 잼버리를 앞두고 "유례없는 호우와 폭염으로 인해 잼버리가 제대로 치러질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회를 취소할 수 없으면 대회 전 일정을 대폭 수정하거나 야외 행사를 최소화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북도의회 역시 지난 6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안전대책 관련 국비 예산 투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128억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일부 국비만 지원했다.
결국 수조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며 야심차게 준비했던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살인적인 폭염이란 장벽에 막혀 중단위기로까지 내몰리는 기로에 놓이게 됐다.
sollenso@yna.co.kr
lc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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