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CCTV·면담예약' 미봉책만으론 교권침해 근절 못할것
작성일 2023-08-02 19:35:48 | 조회 33
[연합시론] 'CCTV·면담예약' 미봉책만으론 교권침해 근절 못할것


(서울=연합뉴스) 일선 교육당국이 앞다퉈 교권보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 교사 면담 사전예약제 시범 도입을 포함한 '학교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학부모 상담을 민원인 대기실에서 하고 학교가 원하면 대기실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대책에 담겼다. 또 내년부터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할 경우 교육청에서 변호인 선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시교육청은 당장 이달부터 교권침해 사안 발생시 즉각 상부에 보고하고 피해 교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또 오는 4일까지 부산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한 교권침해 실태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부산에서는 지난 6월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수업 시간에 교사를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고, 한 중학교 교무실에선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부산 외에도 경기도와 충남 등 많은 시도에서 교권침해 사례가 뒤늦게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일과성으로 치부되며 묻힐 뻔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대책만 놓고 봐도 교단 붕괴 현실에 대한 당국자들의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행 학생에 대한 교사의 훈육권 확대와 학부모의 교실 밖 갑질 등에 따른 교권 보호·강화를 위한 방안이 부족하고 악성 민원 등으로부터 교사의 심신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교권 추락의 최대 원인이라는 학생인권조례 문제의 경우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개정의 구체적 방향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학생의) 책무성을 상징적으로 강화하자는 전향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가이드라인(고시)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교권이 확립되지 않으면 학생 인권도 공허한 얘기"라며 당장 올해 2학기 고시 시행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학생의 인권은 존중돼야 마땅하나 교사가 학생이 법과 사회 규범을 지키도록 하는 것도 인권의 영역이다. 교육부의 대책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미봉책만으로는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한다. 여야 정치권도 당국의 대책에 발맞춰 국회에 계류 중인 교원지위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교권 보호 관련 입법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극한 폭염 속에 거리로 나서 교권보호를 외치는 선생님들의 절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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