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로 성장 과정서 정신질환' KAIST, 발병 원인 규명
작성일 2023-08-01 11:35:47 | 조회 33
'아동 학대로 성장 과정서 정신질환' KAIST, 발병 원인 규명
별아교세포가 아동기 스트레스 상황서 시냅스 과도하게 제거
학대·방임 등 스트레스로 발병되는 질환 이해·치료 응용 기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아동기에 부모와 떨어져 방치되거나 학대받을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로 성장 과정에서 뇌신경 회로망과 그 기능이 크게 변화해 조현병·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
현재까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아동기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질환 원인과 그 제어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 연구팀이 아동 학대·방임 등 아동기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하는 정신질환이 별아교세포의 과도한 시냅스 제거에서 기인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별아교세포는 뇌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세포로,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기본 단위인 시냅스와 모세혈관과 접촉한다.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세포다.
연구팀은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별아교세포가 스트레스 호르몬에 반응하면 과도하게 흥분성 시냅스를 제거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임상 약물 스크리닝을 통해 별아교세포의 외부 물질을 잡아 먹어 제거하는 역할(포식 작용)을 조절하는 새로운 작동구조를 발굴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합성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높이는 것을 발견했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당대사·항염증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한편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자극에 분비돼 신체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글루코코르티코이드에 과도하게 장기간 노출되면 우울증·인지장애·불안 증세와 같은 다양한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아동기 스트레스에 따른 별아교세포의 기능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아동기 사회성 결핍 생쥐 모델을 활용해 실험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별아교세포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GR)와 결합해 별아교세포 포식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MERTK라는 수용체 발현을 매우 증가시킴을 알아냈다.
별아교세포는 증가한 MERTK를 통해 다양한 대뇌 피질에 존재하는 특정 신경 세포의 흥분성 시냅스만을 선택적으로 잡아먹어 감소시켰다. 이로 인한 비정상적인 신경 회로망 형성으로 추후 성인기에 사회성 결핍과 우울증 같은 복합적인 행동 이상이 일어남을 발견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발견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간 만능 유도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뇌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를 활용해 스트레스 호르몬에 대한 반응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간 뇌 오가노이드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별아교세포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포식 수용체가 모두 활성화되고, 별아교세포가 흥분성 시냅스를 과도하게 제거함을 확인했다.



정원석 교수는 "지금까지 아동기 스트레스와 뇌 질환 발병 메커니즘은 잘 밝혀져 있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과도한 별아교세포의 포식 작용이 정신질환 발병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최초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다양한 뇌 질환의 이해·치료에 있어 별아교세포의 면역기능 조절이 근본적인 타깃으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면역 관련 국제 학술지인 이뮤니티에 지난달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kjunho@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