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예비살인자"…윤건영 충북교육감 특강 발언 논란(종합2보)
작성일 2023-07-26 18:08:01 | 조회 33
"교사는 예비살인자"…윤건영 충북교육감 특강 발언 논란(종합2보)
윤 교육감 "이유여하 막론 진심으로 사과…사명감 강조하려던 것"
전교조·교사노조 "변명해도 부적절한 발언…교사에 대한 인식에 문제"

(서울·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고유선 기자 =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교사는 예비살인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윤 교육감은 전날 충북도교육청의 유·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특강에서 "교사는 예비 살인자라고 인정하고, 대학 때 살인하지 않을 공부를 하고 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육감의 이 발언은 자신이 청주교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교육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교육감은 강연에서 "(교수 재직 때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눈빛 하나, 말 한마디가 학생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고, 그 학생이 성장해 큰 인물이 되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며 "대학 시절에 이런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라고 지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은 물리적 생명을 끊는 것만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어린이들의 새싹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교육감은 이어 "(학부모) 당신이 아이를 나한테 맡겼으면 이 아이는 내가 당신보다 (잘 교육할 수 있고), 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보다 돈이 많고, 학벌이 좋은 학부모가 항의해도 당당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졸고 있는 학생을 지도하다 문제가 생기면 교육감 개인번호를 알려줄 테니 나한테 전화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육감의 발언은 최근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교사의 사명감과 교권보호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한 SNS에서 교사라고 밝힌 네티즌은 "아무리 최근의 상황을 빗대서 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교육감이 교사를 예비 살인자라고 언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윤 교육감은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교조)은 "지역 교육계의 수장조차 이런 시각으로 교사를 보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교사들이 눈빛 하나로 학생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발언은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부적절하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윤 교육감은 이날 오전 단재교육연수원을 방문해 전날 자신의 강연을 들었던 연수 참여 교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윤 교육감은 "(전날 논란을 빚은 발언의) 배경과 목적, 과정, 마무리하는 발언 내용까지 모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시기에 저의 발언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현재 쟁점이 된 발언은 교육대 교수로 재직했을 때 예비교사인 학생들에게 교사의 엄중한 책무성과 학생 인격 존중을 위해 전문성을 신장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사례를 들어 강조했던 내용"이라며 "교사 역할의 중요성과 사명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교육감은 "(어제) 강의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 교사의 역할과 책임, 진정한 교사의 자세 등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발언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학교 현장에서 헌신하는 교사를 위한 교육감이 되겠다고 반복적으로 밝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교육계가 슬픔에 빠져 있는 엄중한 시기에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발언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앞으로 발언에 각별히 유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윤 교육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등 교육단체들의 비판은 계속됐다.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은 "교육감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며 "이는 교육감이 단순히 실수했다기보다는 교사에 대한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유윤식 충북교사노조 위원장도 "윤 교육감의 발언은 부적절한 시점에 교사를 폄하하는 것"이라며 "윤 교육감이 특강에서 교권 침해를 교사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는데 이는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bwy@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