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악성 민원에도 적극 대응"(종합)
작성일 2023-07-24 20:08:38 | 조회 48
전국 곳곳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악성 민원에도 적극 대응"(종합)
서이초 교사 사망 후 '교권 추락' 이슈 점화…조례 개정 움직임 구체화
피해 교원에 법률·치료비 등 지원키로…'악성 민원인' 고소·고발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신규 교사의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학생인권조례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교육청과 지자체 등은 교육 현장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이 일부 있다고 보고 조례의 개정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하고 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저해하는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설 자리를 잃은 교권 회복을 꾀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 "교사 인권도 보장해야"…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진
전국 17개 시도 중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곳은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충남, 광주, 전북, 제주 등 7곳이다.
조례를 시행 중인 지역에서는 잇따라 터져 나온 교권 침해 사례 탓에 여러 차례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번 서이초 사건 이후 지자체들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이러한 요구를 귀담아들으며 조례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충남도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내용으로 한 주민 서명부를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제출된 이 서명부에는 폐지 청구를 위한 1만2천73명 조건을 훌쩍 넘긴 2만963명의 서명이 담겼다. 도의회는 서명의 유효성을 따져 이르면 오는 9월 회기에서 운영위원회의 적격 심의를 시작으로 폐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다른 지자체와 시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4일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에 학생 권리 외에 책무성 조항을 넣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인 생각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며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보호 조례를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다"며 "의무와 권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개정 방안을 구체화했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장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4조(책무) 3항에 '학생 및 보호자는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학교 현장의 안타까운 소식으로 많은 분이 학교와 교육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 중심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모든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까지 인권 보호 대상을 넓힌 '학교 구성원 인권 증진 조례'와 '전북교육인권조례'를 각각 시행 중인 만큼, 교원 안전을 살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은 교권이 잘 보호되고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며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비약"이라고 조례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 "악성 민원 그만"…교육청, 피해교사 지원·대응 강화
각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개정 추세와 함께 교육권을 훼손하는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활동 보호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시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교육활동 보호 담당팀을 꾸려 악성 민원에 직접 대응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이다.
특히 형사처벌에 해당하는 사건이나 스토킹·접근금지 사안일 경우 교육청에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법률 비용과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북도교육청도 다음 달 중 변호사, 전문 상담사, 의료인, 퇴직 교원 등으로 구성된 '교권 보호 긴급 지원단'을 꾸리고, 피해 교원이 있는 학교를 찾아가 지원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교원이 요청하거나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민원인에게 고발 및 접근 금지를 하는 등 선제적 조처에 나서기로 했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은 이날 정책회의에서 악성 민원 현황 파악과 함께, 관리자인 학교장과 교감의 신속한 교원 보호 조처를 당부했다.
또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의견을 나누는 '원탁토론회' 준비,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 악성 민원 방지를 위한 자동녹음 전화기 일선 보급 등도 지시했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은 이날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교육지원센터 내에 '교원치유센터'를 두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문적이고 신속한 법적 대응과 피해 교원의 즉각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전담 변호사도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서 교육감은 "학부모의 나쁜 민원, 악의적 민원에 대해 고소·고발 등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체계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교사들이 가르침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악성 민원에 당당하게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생인권조례 개정 등이 본질적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관계자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데, (교육 당국이) 이를 대립하는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무분별하게 위험에 노출된 교사들을 보호할 대책,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은 "교사들이 힘든 원인은 학부모가 법적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할 때 학생인권을 예로 들기 보다는 아동학대법에 근거할 때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권과 학생의 인권을 상충하는 가치로 바라보는 대통령실과 교육부장관의 현실 인식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런 인식은 "교육 주체 간의 신뢰 회복이라는 문제 해결은커녕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범 오수희 형민우 김선형 서혜림 김동민 김용태 김상연 전지혜 김진방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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