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일단 빠졌지만…'지방중심 파격확대' 변함없어
작성일 2023-10-19 13:36:46 | 조회 17
'의대 증원' 일단 빠졌지만…'지방중심 파격확대' 변함없어
의사들 '수도권 쏠림' 막고자 '지역인재 전형' 확대 전망
'지방국립대', '미니 의대' 중심으로 정원 늘릴 듯
의료계 반발 등은 변수…"계획대로 추진 못하면 '역풍'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19일 의대 정원 확대 폭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치권과 여론의 지지에도 의사단체들의 반발에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지방 중심 파격 확대'라는 방침은 유지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충북대에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회의를 주재하며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지만, 의대 정원 확대 폭, 일정, 방식 등은 발표 내용에서 빠졌다.
대신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라고 밝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3천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19년 만에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원 확대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2025년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확대 폭은 1천명을 훌쩍 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확대 정책의 방점은 '수도권 쏠림' 해소와 지역 의료자원 확보에 찍혀 있다.
정부는 지방국립대 의대와 정원 규모가 작은 지방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의학전문대학원 신설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임상의사뿐 아니라 관련 의과학 분야를 키우기 위한 의료인 양성도 강조했다.
정부는 해당 지역에서 입학생을 뽑는 '지역인재' 전형을 대폭 강화할 방침도 갖고 있다.
다만 야권,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공공의대, 지역의사제처럼 일정 기간 지역근무 의무를 부여하는 식의 정책은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국립대 의대의 의사 정원이나 임금 관련 규제를 풀어 처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우수 인력을 지역으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의대 정원 확대의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은 방식과 대상 등 세부 내용을 의료계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다가 의협에 이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까지 파업에 나서자 결국 뜻을 꺾어야 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충분히 협의를 거치겠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7일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계획대로 2025년도 입시에 정원 확대를 반영하려면 늦어도 연말까지는 세부적인 안이 나와야 하는데, 발표가 늦어질수록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
만약 동력이 약해져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물 들어올 때 배 젓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의대 정원 대폭 확대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로 찬성하고 있고, 지자체, 시민단체 등도 환영의 뜻을 밝힌 상태다. 여론 역시 전에 없이 우호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의료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더 복잡하고 찬반 논쟁이 뜨거운 국민연금 개혁까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보험료 인상과 관련 있는 국민연금 개혁은 의료 개혁보다 더 어려운 개혁으로 꼽히는데,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의료 개혁이 좌초할 경우 다른 개혁의 성공 여부는 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정부가 수차례 언론을 통해 큰 폭의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의사들의 반발을 핑계로 계획을 접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우호적 여론의 뒷받침을 받고도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역풍'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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