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대입] '의대 쏠림' 심해지고, 사교육 부담 되레 커질 우려도
작성일 2023-10-10 16:31:57 | 조회 19
[2028대입] '의대 쏠림' 심해지고, 사교육 부담 되레 커질 우려도
사회·과학 모두 공부해야 할 부담…'최상위권 변별력 약화'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서 수학영역을 공통과목 체제로 바꾸기로 함에 따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적분Ⅱ와 기하 등 기존에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요구되던 교과목이 공통 출제범위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와 과학을 공통으로 응시해야 하는 점 때문에 탐구영역에서 수험생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8수능 개편 시안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점은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이 선택과목으로 채택될지 여부다.
심화수학이 빠질 경우 기초 미적분, 확률과 통계만 공부하더라도 의학계열에 지원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문과생'에게도 의대 진학 문이 열리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화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1994학년도에 수능이 도입된 이후 의학계열에 진학하려는 이른바 이과 학생들이 미적분과 기하 시험을 전혀 치르지 않았던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출제 범위상의 문제뿐 아니라, 심화수학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대학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육부가 수능에서 초고난도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데다, 심화수학이 채택되더라도 절대평가로 치러질 예정이어서 대학들은 최상위권 전형에 어떤 요소를 활용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별도로 탐구영역의 경우 수험생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2005학년도 이후 수험생들은 원할 경우 탐구영역에서 사회 또는 과학 가운데 한 분야만 공부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현행 수능은 사회·과학 17과목에서 최대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통상 인문사회계열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은 사회를, 자연계열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은 과학을 택한다.
2024학년도 수능 원서접수자 현황을 보면 사회·과학 탐구 지원자 가운데 48.2%는 사회만, 47.8%는 과학만 선택했다. 사회·과학을 1개씩 고른 지원자는 4.0%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탐구영역에 응시하려면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모두 치러야 한다.
이 경우 문과 지망생은 과학탐구 영역까지 공부해야 하고, 이과 지망생도 사회탐구 영역까지 공부해야 해 사교육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사회·과학탐구의 경우 현행 수능에서는 주로 2·3학년에서 배우는 교과목에서 출제되지만, 개편될 수능에서는 출제범위가 1학년 때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으로 바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범위는 넓어지지만, 내용은 지금보다 더 기초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고등학교 기초·핵심과목으로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범위가 방대했던 5차 교육과정(1994학년도~1998학년도) 당시의 '수리탐구Ⅱ'와 6차 교육과정(1999학년도~2004학년도) 당시 공통사회, 공통과학을 기억하며 학습 부담의 증가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그때와는 다르게 좁은 범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 출제될 경우 오히려 변별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은 1학년 때 배우는 과목으로 기존 탐구영역 17개 과목에 비해 쉬운 과목이어서 상대평가로 변별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며 "국어와 수학에서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정책연구를 거쳐 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을 내년 하반기께 공개할 방침이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과목명이 바뀌고 (출제) 내용이 약간 다를 수는 있겠지만 수능이 개편되더라도 학생들의 학습량은 변동이 없다"며 "총량으로 봤을 때 국어·수학·영어는 (고교 수업 기준으로) 8과목을 보는 것으로 현행 수능과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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