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에 맞서다]21 사라지던 아이들 웃음소리가 울렸다…폐교 막은 '서해 갯벌'
강화 양도초, 폐교 위기서 자연체험 학습 등으로 도시 아이들 유입
전교생 2011년 23명→2021년 72명…"맑은 공기, 흙…지낼수록 좋아요"
학교·지역사회, 교육공동체로 똘똘 뭉쳐 '소멸 위기' 공동 대응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다 같이 손잡고 들어가는 거야."
지난 6월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갯벌 체험장. 드넓은 서해 갯벌이 재잘거리는 아이들 목소리로 채워지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놀이터로 변했다.
아이들은 물이 완전히 빠져나간 바다 한복판에서 힘껏 달리고 갯고랑 사이를 넘나들며 자연과 하나가 됐다.
"감촉이 이상하다"며 갯벌에 들어가기 망설이던 한 아이는 친구들과 손잡고 발걸음을 내딛더니 금세 몸 전체에 펄을 뒤집어쓰고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게와 갯지렁이 등 수업 때 화면 속에서만 보던 갯벌 생물들도 직접 잡고는 선생님께 달려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115년 역사를 지니고도 한때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인천 강화도 양도초등학교는 이날 갯벌놀이처럼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구성된 '계절학교'를 통해 전화위복에 성공했다.
◇ 전교생 23명까지 감소…한때 폐교 위기
1908년 사립보창학교로 개교한 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양도초는 2009년 전교생이 29명까지 줄었다.
교육부 권고에 따르면 면 단위 시골 학교는 학생 수가 60명 이하일 경우 통폐합 대상이 된다. 학생 수가 30명 밑으로 떨어질 경우 사실상 5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학교로 여겨진다.
실제로 양도초는 2011년 전교생이 23명까지 감소하면서 폐교 위기에 처했다.
한때 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저출산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쓸쓸한 교정만 남은 여느 시골 학교처럼 폐교 수순을 밟던 양도초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10년 9월 이석인 전 교장(65)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이 전 교장은 시골 학교가 가진 매력과 잠재성에 주목하고, 아이들이 강화도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도시의 다른 학교 학생들도 위탁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계절마다 1주일간 머물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교과 과정이 아닌 '자연학교'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은 수도권에 입소문이 나며 매번 10∼20명 규모의 외부 학생들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망둥이 낚시, 모내기, 순무 김치 담그기, 곶감 만들기, 숲에서 놀기, 나들길 걷기 등 사계절 체험 학습에 매료됐다.
학원가를 전전하던 자녀들에게서 볼 수 없던 생기발랄한 모습을 목격한 도시 부모들은 계속 자연학교에 신청하다가 전학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렇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학생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2011년 23명에 불과했던 양도초의 학생 수는 불과 10년 만인 2021년 72명으로 늘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외부 학생 위탁 교육은 멈춘 상황이지만, 귀농을 고려하는 학부모들에게 양도초 계절학교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굳게 자리 잡았다.
양도초는 여전히 분기별로 풀빛·물빛·하늘빛·눈빛학교 등 계절학교를 운영하며 체험형 교육을 시행한다.
지난 4월 풀빛학교에서는 진달래 군락으로 유명한 고려산 봄철 산행과 함께 천연 염색, 전통 도자기 만들기 체험, 승마·드론 체험 등이 진행됐다.
6월 물빛학교는 여름철 물놀이와 갯벌 체험을 비롯해 직접 심은 감자 캐기, 제철 김치담그기 등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2학기에 예정된 하늘빛·눈빛학교에서도 원예·목공 체험과 학교 숲 놀이, 공연 관람, 철새 관찰 등 체험 활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앞으로 내부 검토를 거쳐 다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위탁 체험학습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훈석 양도초 교무부장은 "자연을 기반으로 한 활동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은 편"이라며 "이제는 안정적으로 학생 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시에서 시골로…"지낼수록 좋아요"
4남매를 키우는 양수형(36)씨가 도시 생활을 접고 강화도로 이사하면서 자녀들을 양도초에 보낸 이유도 자연과 함께 성장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양씨는 결혼 이후 경기도 수원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다가 2021년 12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어린 시절 자연에서 직접 느낀 긍정적인 영향들을 아이들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양도초는 양씨의 열망을 채워주기에 모든 조건이 부합하는 학교였다.
양씨는 "도시에서는 외출해도 놀 수 있는 공간이 놀이터나 키즈카페 등으로 제한돼 있다"며 "맑은 공기 속에서 흙을 밟고 마음껏 뛰어놀길 바라는 마음에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학년인 첫째는 학교에 다니면 다닐수록 이곳 생활을 마음에 들어 한다"며 "드럼·서예·미술·피아노·바둑·컴퓨터 등 각종 분야의 방과 후 교육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교육적 장점에 더해 지자체 출산 장려 정책도 일상생활에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화군은 출산 지원 장려금으로 첫째부터 500만원을 지원하고 둘째 800만원, 셋째 1천300만원, 넷째 이상은 2천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인천에서 가장 큰 지원 규모이며 강화군에 2년 이상 거주한 출산 가정이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학부모 손현정(3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던 2021년 가족들과 함께 강화도로 이사했다.
이들 가족은 원래 1년살이를 계획하고 전원생활을 시작했으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강화도에 계속 살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손씨는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양도초에서 4학년생인 아들이 치열한 경쟁보다는 친구와의 갈등을 푸는 법이나 서로 존중하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에서 학원에 다니다 보면 경험하지 못했을 본질적인 부분이 채워지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마을 전체가 교육 공동체를 이뤄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와 달리 시골 생활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배달 음식을 먹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분리수거할 때면 재활용품을 차량으로 실어 날라 버려야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상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태도를 갖게 됐다는 게 손씨의 설명이다.
손씨는 만 40세 미만 농업인을 지원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청년후계농 제도를 활용해 올해 포도 농사를 시작했고 가족들과 첫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 '마을 학교들 뭉쳐라'…진강산교육공동체
폐기 위기를 극복한 양도초의 사례는 주변 학교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진강산 자락의 학교들이 양도초를 중심으로 교육공동체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14년 전 강화도에 터를 잡은 유상용(59)씨는 2020년부터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대표를 맡아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진강산공동체는 양도초와 조산초·동광중·산마을고 등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결성된 주민 단체로 300여명이 활동에 나서고 있다.
2010년대 양도초가 폐교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마을 중심의 교육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당시 양도초를 졸업한 학생들이 도시로 떠나는 사례가 생겼고 이를 지켜본 주민들은 교육의 지속성을 위해 교류 범위를 중·고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유씨는 "학교 1곳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본 것"이라며 "주변 학교들이 뭉쳐 본질적인 고민을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강산공동체는 시골 마을에서 사라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까지 교육 협력과 교류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표적으로는 2016년부터 4개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마을장터 '씨마켓'을 통해 교육·문화·예술의 장을 열었다.
각종 체험 부스에서 아이들은 직접 키운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판매하고 학부모들은 무대에 올라 밴드 공연을 선보였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이 행사는 8년째 지속됐고 지역을 대표하는 마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진강산공동체는 이 외에도 텃밭 가꾸기와 인문학 강의, 마을 수리 등을 통해 교육을 넘어 주민 간 문화적 교류에 힘쓰고 있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주민 참여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유씨는 마을 내 학교뿐만 아니라 진강산마을협동조합을 비롯한 크고 작은 단체와 소모임을 연결해 지역 공동체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씨는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에 초점을 두고 구성원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첫 시작은 교육 공동체였지만, 이제는 시골 마을 전체를 책임질 수 있도록 성장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끝)
강화 양도초, 폐교 위기서 자연체험 학습 등으로 도시 아이들 유입
전교생 2011년 23명→2021년 72명…"맑은 공기, 흙…지낼수록 좋아요"
학교·지역사회, 교육공동체로 똘똘 뭉쳐 '소멸 위기' 공동 대응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다 같이 손잡고 들어가는 거야."
지난 6월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갯벌 체험장. 드넓은 서해 갯벌이 재잘거리는 아이들 목소리로 채워지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놀이터로 변했다.
아이들은 물이 완전히 빠져나간 바다 한복판에서 힘껏 달리고 갯고랑 사이를 넘나들며 자연과 하나가 됐다.
"감촉이 이상하다"며 갯벌에 들어가기 망설이던 한 아이는 친구들과 손잡고 발걸음을 내딛더니 금세 몸 전체에 펄을 뒤집어쓰고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게와 갯지렁이 등 수업 때 화면 속에서만 보던 갯벌 생물들도 직접 잡고는 선생님께 달려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115년 역사를 지니고도 한때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인천 강화도 양도초등학교는 이날 갯벌놀이처럼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구성된 '계절학교'를 통해 전화위복에 성공했다.
◇ 전교생 23명까지 감소…한때 폐교 위기
1908년 사립보창학교로 개교한 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양도초는 2009년 전교생이 29명까지 줄었다.
교육부 권고에 따르면 면 단위 시골 학교는 학생 수가 60명 이하일 경우 통폐합 대상이 된다. 학생 수가 30명 밑으로 떨어질 경우 사실상 5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학교로 여겨진다.
실제로 양도초는 2011년 전교생이 23명까지 감소하면서 폐교 위기에 처했다.
한때 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저출산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쓸쓸한 교정만 남은 여느 시골 학교처럼 폐교 수순을 밟던 양도초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10년 9월 이석인 전 교장(65)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이 전 교장은 시골 학교가 가진 매력과 잠재성에 주목하고, 아이들이 강화도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진정한 행복과 가치를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도시의 다른 학교 학생들도 위탁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계절마다 1주일간 머물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망둥이 낚시, 모내기, 순무 김치 담그기, 곶감 만들기, 숲에서 놀기, 나들길 걷기 등 사계절 체험 학습에 매료됐다.
학원가를 전전하던 자녀들에게서 볼 수 없던 생기발랄한 모습을 목격한 도시 부모들은 계속 자연학교에 신청하다가 전학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렇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학생들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2011년 23명에 불과했던 양도초의 학생 수는 불과 10년 만인 2021년 72명으로 늘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외부 학생 위탁 교육은 멈춘 상황이지만, 귀농을 고려하는 학부모들에게 양도초 계절학교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굳게 자리 잡았다.
양도초는 여전히 분기별로 풀빛·물빛·하늘빛·눈빛학교 등 계절학교를 운영하며 체험형 교육을 시행한다.
지난 4월 풀빛학교에서는 진달래 군락으로 유명한 고려산 봄철 산행과 함께 천연 염색, 전통 도자기 만들기 체험, 승마·드론 체험 등이 진행됐다.
6월 물빛학교는 여름철 물놀이와 갯벌 체험을 비롯해 직접 심은 감자 캐기, 제철 김치담그기 등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2학기에 예정된 하늘빛·눈빛학교에서도 원예·목공 체험과 학교 숲 놀이, 공연 관람, 철새 관찰 등 체험 활동이 이어질 예정이다.
앞으로 내부 검토를 거쳐 다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위탁 체험학습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훈석 양도초 교무부장은 "자연을 기반으로 한 활동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은 편"이라며 "이제는 안정적으로 학생 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 도시에서 시골로…"지낼수록 좋아요"
4남매를 키우는 양수형(36)씨가 도시 생활을 접고 강화도로 이사하면서 자녀들을 양도초에 보낸 이유도 자연과 함께 성장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양씨는 결혼 이후 경기도 수원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다가 2021년 12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어린 시절 자연에서 직접 느낀 긍정적인 영향들을 아이들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양도초는 양씨의 열망을 채워주기에 모든 조건이 부합하는 학교였다.
양씨는 "도시에서는 외출해도 놀 수 있는 공간이 놀이터나 키즈카페 등으로 제한돼 있다"며 "맑은 공기 속에서 흙을 밟고 마음껏 뛰어놀길 바라는 마음에 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학년인 첫째는 학교에 다니면 다닐수록 이곳 생활을 마음에 들어 한다"며 "드럼·서예·미술·피아노·바둑·컴퓨터 등 각종 분야의 방과 후 교육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교육적 장점에 더해 지자체 출산 장려 정책도 일상생활에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화군은 출산 지원 장려금으로 첫째부터 500만원을 지원하고 둘째 800만원, 셋째 1천300만원, 넷째 이상은 2천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다른 학부모 손현정(3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던 2021년 가족들과 함께 강화도로 이사했다.
이들 가족은 원래 1년살이를 계획하고 전원생활을 시작했으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강화도에 계속 살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손씨는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양도초에서 4학년생인 아들이 치열한 경쟁보다는 친구와의 갈등을 푸는 법이나 서로 존중하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에서 학원에 다니다 보면 경험하지 못했을 본질적인 부분이 채워지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마을 전체가 교육 공동체를 이뤄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와 달리 시골 생활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배달 음식을 먹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분리수거할 때면 재활용품을 차량으로 실어 날라 버려야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상에서 작은 것에 감사하는 태도를 갖게 됐다는 게 손씨의 설명이다.
손씨는 만 40세 미만 농업인을 지원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청년후계농 제도를 활용해 올해 포도 농사를 시작했고 가족들과 첫 수확의 기쁨을 나눴다.
◇ '마을 학교들 뭉쳐라'…진강산교육공동체
폐기 위기를 극복한 양도초의 사례는 주변 학교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진강산 자락의 학교들이 양도초를 중심으로 교육공동체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14년 전 강화도에 터를 잡은 유상용(59)씨는 2020년부터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대표를 맡아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진강산공동체는 양도초와 조산초·동광중·산마을고 등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결성된 주민 단체로 300여명이 활동에 나서고 있다.
2010년대 양도초가 폐교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마을 중심의 교육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당시 양도초를 졸업한 학생들이 도시로 떠나는 사례가 생겼고 이를 지켜본 주민들은 교육의 지속성을 위해 교류 범위를 중·고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유씨는 "학교 1곳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본 것"이라며 "주변 학교들이 뭉쳐 본질적인 고민을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강산공동체는 시골 마을에서 사라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기까지 교육 협력과 교류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표적으로는 2016년부터 4개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마을장터 '씨마켓'을 통해 교육·문화·예술의 장을 열었다.
각종 체험 부스에서 아이들은 직접 키운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판매하고 학부모들은 무대에 올라 밴드 공연을 선보였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이 행사는 8년째 지속됐고 지역을 대표하는 마을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진강산공동체는 이 외에도 텃밭 가꾸기와 인문학 강의, 마을 수리 등을 통해 교육을 넘어 주민 간 문화적 교류에 힘쓰고 있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주민 참여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유씨는 마을 내 학교뿐만 아니라 진강산마을협동조합을 비롯한 크고 작은 단체와 소모임을 연결해 지역 공동체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씨는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에 초점을 두고 구성원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첫 시작은 교육 공동체였지만, 이제는 시골 마을 전체를 책임질 수 있도록 성장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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