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학생 87% '교통대와의 통합 반대' 왜?
작성일 2023-09-24 09:32:04 | 조회 52
충북대 학생 87% '교통대와의 통합 반대' 왜?
"입결 떨어질까 걱정"…"같은 졸업장 형평에 안 맞아"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반대 87.4%'.
충북대학교가 한국교통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발표된 충북대 학생들의 통합 찬반투표 결과다.
양 대학은 지방대학에 1천억원을 지원하는 교육부의 '글로컬 30'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지난 5월 공동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달엔 단계적 통합 원칙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번 투표를 계기로 충북대 학생들의 절대다수는 교통대와 통합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틀간의 통합 찬반 투표가 시작된 지난 19일 충북대에서 만난 학생들은 교통대와 통합하게 되면 학교의 위신이 떨어질 거라고 입을 모았다.
신소재공학과 정세헌(21)씨는 "교통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교수들의 연구 업적은 우리보다 낮은 것으로 안다"면서 "통합하게 되면 학교에 대한 평가가 악화해 입결(입시결과)도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심리학과 정소희(28)씨도 "대외적인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될 것 같다"면서 "어렵게 공부해서 들어왔는데 같은 대학 취급을 받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투표가 종료된 지난 20일 충북대 온라인 커뮤니티엔 교통대를 대등한 통합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는 내용의 원색적인 비난들이 쏟아졌다.



지난 6월 교통대 총학생회가 SNS에 입장문을 올리고 "통합 교명은 충북대가 아닌 새로운 교명이 될 수 있게 하겠다. 졸업장에도 통합 교명이 기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것도 충북대 학생들을 자극했다.
미생물학과 A(22)씨는 "통합해도 브랜드 가치가 훨씬 높은 충북대로 흡수통합이 되는 게 맞는데 당당하게 새로운 교명을 논의하자고 해 기분이 나빴다"면서 "교통대 학생들이 같은 통합대학 졸업장을 받는 것도 입학 성적을 고려했을 때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어영문학과 이모(20)씨는 "교명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통합에 반대하게 됐다"면서 "교통대 학생들과 같은 통합대학 졸업장을 들고 취업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대 측은 통합대학명은 교통대와의 협의 대상이며, 양 대학 현 재학생들이 통합대학명으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지도 통합 과정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학교 측의 잘못된 대응을 반대 이유로 꼽는 학생들도 많았다.
경영정보학과 B(22)씨는 "총장이 처음엔 세 주체(교수, 교직원, 학생) 중 한 주체만 반대해도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나중엔 두 주체가 찬성하면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꿨다"면서 "학교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 같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농업생명환경대의 박모(21)씨는 "학생들은 통합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학교 측으로부터 공지 받지 못하고 언론 보도를 보고 난 뒤에야 알았다"면서 "심지어 총장이 학생 설명회에서 '토목은 노가다의 대표 학문'이라거나 '산림학과엔 똑똑한 사람이 없다'는 등 실언을 해 귀 닫고 반대투표만 하겠다는 여론도 많다"고 전했다.



반면 교통대 학생들의 통합 찬성률은 72.4%였다.
충북대 측은 세 주체 중 두 주체가 반대하지 않을 경우 통합을 추진한다는 당초 원칙에 따라 통합 일정을 밟아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충북대 교내 학생 단체 통합반대연합은 통합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오는 26일 대학 본부 앞에서 집회를 예고하는 등 향후 통합 과정도 진통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홍창남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 지원금 1천억원은 지방대학이 미래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등 새로운 혁신을 위한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학생들의 현실적인 정서적 반감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학교가 통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학생들을 자주 만나 이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해 지역 대학들이 힘을 합치는 일은 이제는 일반적 현상이 됐다"면서 "학생들도 감정적 대응보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ase_are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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