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37) AI 이용해 간질성 폐이상 진단 확인한 진공용 교수
작성일 2023-09-24 10:32:22 | 조회 49
[대학人] (37) AI 이용해 간질성 폐이상 진단 확인한 진공용 교수
저선량 흉부 CT 활용해 진단…조기 발견 중요성 깨닫고 연구 매진
"더 많은 환자 살릴 지식 중요…연구 의사들 많아지길"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40대에 폐 질환을 발견하고도 무시하면 50대에는 손 쓰기 힘듭니다. 폐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전북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진공용 교수가 'AI를 이용한 간질성 폐이상 진단 가능성'을 증명하게 된 계기다.
다소 생소한 '간질성 폐이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간질성 폐질환'에 대해 짚어야 한다. 간질이란 폐를 지탱하는 벽 같은 부분인데 이곳이 단단하게 굳어버리는 병이 간질성 폐질환이다.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아 생존율도 낮은 편이다.
간질성 폐이상은 간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하지만 숨이 자주 가빠오는 폐질환과 달리 몸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다수 환자는 병원을 찾아 진단받지 않는다.
진 교수의 연구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는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겠지만, 간질성 폐이상 환자의 20%가 간질성 폐질환에 걸린다"며 "폐질환이 완치가 매우 어려운 질병으로 꼽히는 만큼 폐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미국의 흉부 CT 진단 연구를 떠올렸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기부터 10여년간 연구 끝에 저선량 흉부 CT로 조기 폐암 발견 가능성을 확인했다.
콜로라도로 간 진 교수는 미국의 연구를 리뷰했다. 그리고 흉부 CT 사진에 나타난 Honeycome(허니컴, 벌집 모양의 음영) 모양에 따라 폐이상의 발병 여부와 진행 속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의 연구를 계속했다.
2017년부터 국가 폐암 검진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30년 이상 흡연을 한 만 55세 이상 성인은 2년마다 검진을 받는데, 진 교수는 이들의 저선량 흉부 CT 데이터들을 모았다.
그리고 오차 없이 더 빠르게 진단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진 교수는 "학회에서 만난 한 회사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보고 이걸 응용하면 되겠다 싶었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단 1%의 이상 증상을 발견해도 간질성 폐이상을 잡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 내용은 영상의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래디올로지(Radiology)에 실렸다.

그는 전공의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흉부 CT 데이터를 넣으면 사진 위로 Honeycome의 구조나 간질의 섬유화 단계(단단해지는 정도)가 붉거나 주황색으로 표시된다.
까맣고 하얀 기존 CT 사진과 달리 색깔로 나타나니 환자들도 증상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다.
진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관련 연구에 전념할 예정이다.
환자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 역시 더 많은 환자를 살릴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진 교수는 "요즘은 심장 종격동 종양을 발견하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다"며 "환자 1명당 많게는 500장의 CT가 찍히는 탓에 의료진들이 미세한 이상 증상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잡아낼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하기 어려은 것을 잘 알지만, 후배 의사들이 연구에 조금 더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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