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교사 49재' 서이초에 검은옷·하얀국화 추모행렬(종합)
작성일 2023-09-04 19:31:39 | 조회 23
'숨진교사 49재' 서이초에 검은옷·하얀국화 추모행렬(종합)
서이초 강당서 추모제…이주호 "교사들의 호소 겸허히 받아들인다"
교사 숨진 양천구 초등학교에도 근조화환 수백개…학교는 임시휴업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이미령 이율립 최윤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숨진 교사(24)의 49재를 맞은 4일 이 학교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3시 49재 추모제를 서이초 강당에서 엄수했다. 추모제에는 검은 옷과 마스크를 갖춘 180여명이 참석했다.
교사의 생전 모습과 애도하는 시민과 학생, 교사들의 집회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보던 참석자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서이초 동료 교사와 대학 후배가 편지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추모제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도 참석했다.
이 부총리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들께서 외치신 간절한 호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연가를 낸 교사를 징계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오늘은 추모의 날"이라며 "오늘 이 상황에 대한 분석을 교육부가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총리를 향해 일부 교사는 "고인 모독한 것 사과하십시오", "왜 추모하는데 저희가 징계를 받습니까"라고 외쳤다.
발언이 시작되자 일부 추모객들은 항의의 표시로 의자를 뒤로 돌려 이 부총리를 등지기도 했다.
이 부총리와 조 교육감 등은 추모제를 마친 뒤 고인이 근무한 1학년6반에 들러 묵념한 후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날 임시 휴업한 서이초에는 오전 8시께부터 검은 옷을 입고 하얀 국화를 든 시민과 교사, 어린 학생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이는 헌화한 뒤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남은 우리가 잘 만들어가겠다"는 메모지를 벽에 붙였다.
용인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3학년 담임 박지은(56)씨는 "학생들과 학부모에 양해를 구하고 연차를 써 이곳에 방문했다. 학급 인원 21명 중 18명의 학부모가 '잘 다녀오라'며 동의와 지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는 "반을 꼬마 회장님과 동료 교사에 부탁하고 왔다"며 "최소한 학교에서는 일그러진 소수 때문에 다수의 학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휴업으로 텅 빈 학교에 마치 조종처럼 울렸고, 아이와 함께 추모의 마음을 전하러 온 학부모들이 하얀 국화를 들고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직장인 이호상(39)씨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3학년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씨는 "아이들 학교에는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여기에 왔다"며 "우리 아이들도 쪽지에 '그곳에선 행복하세요'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학교 앞엔 '가시는 발걸음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제라도 바꾸기 위해 노력할게요'라는 글귀가 담긴 근조 화환 60여개가 세워졌다.
서이초 인근 학교는 49재 추모 행사·집회에 참여하려는 교사들이 연가·병가를 내 교장·교감이나 방과후학교 강사 등 대체인력을 수업에 투입하는 곳이 많았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은 체험학습 신청 등으로 절반 정도 등교했고 선생님들은 70%가량 연가와 병가를 냈다"며 "출근한 선생님들이 학급을 통합해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도 "학생 약 75%가 체험학습을 신청해 약 200명만 등교했다"며 "선생님도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정도만 출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또 한명의 교사를 잃은 양천구 초등학교 정문 앞에도 300여m 남짓한 길에 350여개의 근조 화환이 늘어섰다. 이 학교 소속이었던 14년 차 교사가 지난달 31일 오후 7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학교 역시 이날 임시휴업해 학생은 등교하지 않았다.
70대 최모씨는 이날 오전 이 학교에 다니는 2학년 손녀와 함께 이곳을 찾아 헌화했다.
최씨는 "어제저녁 담임 교사가 '학교에 선생님들이 많이 안 계실 수도 있다.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어왔길래 우리도 뜻을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며 "어제도 학교에 와서 꽃을 두고 갔는데 아이가 아침에도 들르고 싶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 학교 졸업생이자 지금은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됐다는 정모(41)씨도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정씨는 "교권 강화와 공교육 정상화 취지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아이 학교에는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다"며 "추후 제출하는 체험 학습기에도 이곳을 들러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에 대해 교육했다고 적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아이를 붕괴된 교육 현장에서 교육받게 할 수는 없다"며 "이번 기회에 꼭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헌화했다"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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