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칼부림…표창원 "정신질환 관리 국가시스템 필요"
작성일 2023-09-01 11:32:33 | 조회 25
하루가 멀다고 칼부림…표창원 "정신질환 관리 국가시스템 필요"
"중증 정신 질환 치료 인력·시설·제도 마련해 범죄 예방해야"
한림대 융합과학수사과, 표창원 특임교수 임명…과학수사 실무 강의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하루가 멀다고 무차별 칼부림 등 범행 동기가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동기 범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 신림역,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경찰 사상 첫 특별치안 활동이 선포됐음에도 유사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더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대표는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무차별 범죄의 원인을 크게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정신질환'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 대표는 현실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의 범죄 경우 사회와 개인을 둘러싼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기 때문에 예견하기 쉽지 않지만,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는 전조 증상이 있어 충분히 사전에 위험성을 감지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들에 대한 관리와 치료 상당 부분이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된 측면이 있어 국가가 적극적으로 정신질환자를 진단·치료하고, 필요하다면 격리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주 안인득 사건, 분당 최원종 사건의 경우 망상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던 가해자들이 실제 범죄를 행하기까지 여러 징후를 보였다"며 "약만 제대로 투약했어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경제적 여력, 개인적 사유 등으로 인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호주 등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이 약을 복용하지 않으려고 할 때 복용을 도와주거나 투약을 점검하는 보건 복지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중증 정신 질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력, 시설, 제도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표 대표는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공중 정신 보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범죄에 대해 쓰이는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원인 파악, 예방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며 단어 선택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경찰청은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사건에 이상동기 범죄라는 공식 용어를 부여했는데, 현재까지도 언론·정치권 등에서는 해당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표 대표는 "무차별 범죄의 원인은 알기가 쉽진 않지만 분명 범죄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가해자마다 내면의 동기는 존재한다"며 "'묻지마'라는 용어를 사용해 버리면 '그건 알 필요도 없어', '저 괴물 같은 존재들', '엄벌에 처하면 돼'와 같은 단순 논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오랜 기간 범죄 현장에서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더 다양한 사람들과 나눌 예정이다.
전날 한림대학교 융합과학수사과 특임교수로 임명된 표 대표는 교단에서 과학수사, 프로파일링 관련 실험·실습을 이끈다.
또 실제 사건과 유사한 모의 현장을 교내에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 세팅 단계에도 참여한다.
표 대표는 "과학수사나 프로파일링 분야는 진실과 정의 두 가지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분야"라며 "이 길을 걷는다면 보람과 긍지는 늘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음과 맞부딪치고 지식의 향연을 함께 나눌 기회가 생겨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가정보보안 전문가 양성과정인 정보법과학전공과 경찰과학수사융합전공을 통합해 올해 신설한 융합과학수사과는 졸업 후 경찰행정 특채 응시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으며, 기업감사·디지털 플랫폼·정보보안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한림대는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2024학년도 1학기 융합과학수사과 신입생 40명을 모집한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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