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취소해야 할 판"…통학버스 못 구해 학교들 발만 동동
작성일 2023-08-24 13:30:21 | 조회 20
"수학여행 취소해야 할 판"…통학버스 못 구해 학교들 발만 동동
법제처 제동으로 발등의 불…수학여행에 쓸 버스 전북에 1대도 없어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어린이 통학버스가 없으면 (수학여행) 못 가죠."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A 교감은 24일 테마식 현장체험학습(수학여행)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는 10월 말 6학년 190여명이 다 함께 떠나는 수학여행이 예정돼 있는데,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걸림돌이 됐다.
법제처가 비상시적인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은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법제처의 해석에 따르면 전국의 초등학교는 수학여행을 위해 전체가 노란색으로 칠해진 어린이 통학버스를 구해야 한다.
어린이 탑승 안내 표지 설치, 어린이 체형에 맞춘 안전띠 설치, 운전자의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 이수 등도 필수다.
이런 버스를 이용하지 않은 수학여행은 법령 위반이다.
도내에 어린이 통학버스 506대가 있지만 매일 통학에 쓰이고 있어 수학여행에는 동원될 수가 없다.
사실상 수학여행에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도내에 단 1대도 없는 셈이다.
A 교감은 "아직 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지 못해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이런 형태의 통학버스를 구해야 한다면 사실상 수학여행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공문을 교사, 학부모와 공유하고 학교의 의견을 교육청에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초등학교의 문제인 만큼 법을 해석하거나 교육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좋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주 시내 또 다른 초등학교의 B 교감은 '시차'를 이용한 수학여행을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 학교 역시 오는 9월 6학년 130여명이 참여하는 수학여행을 계획 중인데 1박, 2박으로 떠나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당일치기다.
통학 시간대를 피해 어린이 통학버스를 이용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B 교감의 생각이다.
이럴 경우 시간의 제약 탓에 멀리 이동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B 교감은 "아직 (수학여행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어린이 통학버스를 구해보려고 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존의 어린이 통학버스조차 이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수학여행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도내 419개 초등학교에 '현장체험학습 차량의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준수'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경찰청이 법제처의 법령 해석을 근거로 수학여행 등 비정기적인 운행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하도록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과 특수학교는 버스가 있어서 타격이 없겠지만 초등학교가 문제"라며 "오후에 공문이 발송되면 일선 학교의 민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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