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갈 수도 없고"…참관수업·현장학습 두려운 워킹맘·대디
연차휴가도 편히 못쓰는 직장 분위기 속 특히 워킹맘 부담 커
'가족돌봄휴가' 제도 있지만…직장인 52% "자유롭게 못 쓴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서울에 사는 30대 워킹맘 박모씨는 최근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평일 가족참여수업이 있다는 안내를 받고 고민이 커졌다.
업무가 밀려있는데 휴가를 내자니 직장 상사에게 눈치가 보이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니 행여 아이 기가 죽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어린 자녀의 어린이집·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 또는 동행 현장 학습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워킹맘·워킹대디도 늘고 있다.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는지 직접 보고 추억도 쌓을 좋은 기회지만 여전히 평일에 아이를 보러가야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직장에 휴가를 내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박씨는 "유치원에서 평일과 주말 중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 결국 다수결에 따라 평일로 정해졌다"며 "조부모가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다 아이도 엄마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 커서 참여는 했지만 워킹맘으로서는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6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이모(38)씨 역시 "아이 유치원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을 1년에 네 차례 정도 진행한다"며 "2월 말에 학예회나 수료식을 하고 얼마 안 지나서 새 학기라고 3월에 아이 수업에 참여하려면 연차나 반차를 쓰는 데 눈치 보일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월·수·금 각각 다른 과목 참관 수업을 한다는데 매번 연차를 낼 수는 없어 한 번만 가려는데 안 오는 엄마들 많을까요?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워킹맘 역시 "오전 반차를 내고 참관 수업을 갔는데 수업이 끝나자 하원을 원하면 아이를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아이들 절반 이상이 부모를 따라 하원하는데 아이가 자기도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울어서 결국 회사에 데리고 왔다"며 "워킹맘이라 늘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있는데 속상한 하루였다"며 경험을 공유했다.
통상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만 참여하면 되지만 여전히 엄마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사실이다.
박씨는 "성인 가족 아무나 오면 된다는데 이번 참여 수업에서 아빠는 찾아볼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이씨 역시 "되도록 남편과 절반씩 나눠서 하려고 하지만 확실히 워킹맘 부담이 더 큰 것 같다"며 "회사 분위기만 보더라도 엄마들은 아이 일이 있으면 퇴근하는데 아빠들은 야근도 편하게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3년 전 가족돌봄휴가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일반 연차휴가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직장문화에서 가족돌봄휴가를 가겠다고 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인 것이 사실이다.
가족돌봄휴가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또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단기적으로 긴급하게 가족을 돌봐야 하는 노동자가 1일 단위로 연간 열흘까지 쓸 수 있는 휴가다.
그러나 무급휴가인 탓에 근로자가 임금 감소를 이유로 사용을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아 쓰지 않는 이들도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4∼11일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전반적 직장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적으로는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있지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사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외국의 경우 자녀 문제가 있다면 시간별로도 휴가를 쓰게 하는 만큼 결국 사회 문화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already@yna.co.kr
(끝)
연차휴가도 편히 못쓰는 직장 분위기 속 특히 워킹맘 부담 커
'가족돌봄휴가' 제도 있지만…직장인 52% "자유롭게 못 쓴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서울에 사는 30대 워킹맘 박모씨는 최근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평일 가족참여수업이 있다는 안내를 받고 고민이 커졌다.
업무가 밀려있는데 휴가를 내자니 직장 상사에게 눈치가 보이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려니 행여 아이 기가 죽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어린 자녀의 어린이집·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 또는 동행 현장 학습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워킹맘·워킹대디도 늘고 있다.
박씨는 "유치원에서 평일과 주말 중 선호도 조사를 했는데 결국 다수결에 따라 평일로 정해졌다"며 "조부모가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다 아이도 엄마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 커서 참여는 했지만 워킹맘으로서는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6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이모(38)씨 역시 "아이 유치원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을 1년에 네 차례 정도 진행한다"며 "2월 말에 학예회나 수료식을 하고 얼마 안 지나서 새 학기라고 3월에 아이 수업에 참여하려면 연차나 반차를 쓰는 데 눈치 보일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월·수·금 각각 다른 과목 참관 수업을 한다는데 매번 연차를 낼 수는 없어 한 번만 가려는데 안 오는 엄마들 많을까요?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워킹맘 역시 "오전 반차를 내고 참관 수업을 갔는데 수업이 끝나자 하원을 원하면 아이를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아이들 절반 이상이 부모를 따라 하원하는데 아이가 자기도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울어서 결국 회사에 데리고 왔다"며 "워킹맘이라 늘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있는데 속상한 하루였다"며 경험을 공유했다.
통상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만 참여하면 되지만 여전히 엄마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사실이다.
박씨는 "성인 가족 아무나 오면 된다는데 이번 참여 수업에서 아빠는 찾아볼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이씨 역시 "되도록 남편과 절반씩 나눠서 하려고 하지만 확실히 워킹맘 부담이 더 큰 것 같다"며 "회사 분위기만 보더라도 엄마들은 아이 일이 있으면 퇴근하는데 아빠들은 야근도 편하게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3년 전 가족돌봄휴가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일반 연차휴가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직장문화에서 가족돌봄휴가를 가겠다고 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인 것이 사실이다.
가족돌봄휴가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또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단기적으로 긴급하게 가족을 돌봐야 하는 노동자가 1일 단위로 연간 열흘까지 쓸 수 있는 휴가다.
그러나 무급휴가인 탓에 근로자가 임금 감소를 이유로 사용을 기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아 쓰지 않는 이들도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4∼11일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가족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전반적 직장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적으로는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있지만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사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외국의 경우 자녀 문제가 있다면 시간별로도 휴가를 쓰게 하는 만큼 결국 사회 문화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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