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사시 합격·90세 화엄경 완역…이상규 변호사 별세
작성일 2023-08-17 10:59:28 | 조회 27
20세 사시 합격·90세 화엄경 완역…이상규 변호사 별세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젊어서는 행정법 저술, 노년에는 불경 번역에 힘쓴 학산(鶴山) 이상규(李尙圭)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원로고문 변호사가 16일 오전 9시44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0세.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주농림학교를 졸업한 해인 1951년 제2회 보통고시(일반 공무원 임용자격 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전시연합대학에 다니던 1952년에는 제3회 고등고시 행정과(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했고, 20세 때인 1953년 제4회 고등고시 사법과(사법고시)에 역시 최연소로 합격했다. 이후 법정대학(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3년 상공부에 들어갔다가 미국 유학 후 법제처로 옮겨 제3과장, 법제관 등을 역임했다. 영국 유학 후 법제처장을 지낸 문홍주(1918∼2008) 당시 문교부 장관의 요청으로 1968년 문교부로 옮겼고, 고등교육국장·편수국장·기획관리실장을 거쳐 1980년 문교부 차관을 지냈다. 1979년에는 고교평준화 정책에 "하향평준화로 사교육을 부채질할 것"이라며 반대했다가 좌천됐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1963년 '미국행정법론'(이후 '영미행정법'으로 제목 변경)을 펴내는 등 행정법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문교부 재직 중에도 서울대·고려대 등에서 강의했고, 1977∼1985년 환경법학회장을 지냈다. 1981년 변호사 개업 후에는 고려대에서 강의하는 한편,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장, 2004∼2005년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신행정법론', '환경법론', '신행정쟁송법' 등을 펴냈다.
회갑을 넘기면서 불교 공부에 몰두, 30년간 불경을 번역하거나 해설서를 출간했다. 어릴 때 한문을 배웠고, 1951년 고시 공부를 하다 우연히 '반야심경 강의'라는 책을 접한 뒤 불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배경이 작용했다. 법보신문에 "(고시 공부를 할 때) 새벽 4시면 일어나 세수를 한 후 누군가가 가져다준 목탁을 치면서 반야심경과 법성게를 독송하고 잠시동안 석가세존을 열 두차례 염한 다음에 고시 준비에 착수했는데 목탁소리에 잠을 깬 친구들의 불평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고 썼을 정도였다. 2000년 '금강경의 세상'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아함경 전권을 주제별로 재분류해 '전해오는 부처의 가르침' 7권을 펴냈고, 지난 4월에는 화엄경 80권을 완역해 '화엄경 역주' 8권을 펴냈다.
유족은 부인 김효숙씨와 사이에 2남2녀로 이은숙·이진우·이은영·이진수씨와 사위 윤영선·고충곤씨, 며느리 박은미·류경화씨 등이 있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 18일 오후 1시15분, 장지 시안가족추모공원. ☎ 02-3410-6914
chungwon@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