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도 대규모 교사 집회는 그대로…6개 교원단체도 동참
작성일 2023-08-12 18:33:32 | 조회 39
비 와도 대규모 교사 집회는 그대로…6개 교원단체도 동참
4주째 3만여 교사 서울 도심 집결…"6개 교원단체 한자리 처음"
전국교대 교수협의회도 성명…인파에 종각역 임시 폐쇄 조치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토요일인 12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 교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계속됐다.
이날 오후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는 3만여명의 교사가 모여 4∼5개 차로 400여m를 가득 메웠다. 교사 행렬이 2호선 을지로입구역까지 늘어섰다.
빗줄기가 점차 거세졌지만 자리를 뜨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우비를 꺼내 입거나 우산을 쓰고 '아동복지법 개정', '생활지도권 보장'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교육권 보장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교사들의 집회는 이날로 4주 차를 맞았다. 그동안은 교사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가했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교원단체가 참여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새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6개 단체는 집회에서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6개 교원단체가 각 단체 결성 이래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며 "교실에서 날마다 아이들을 마주하는 모든 교사가 더 이상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보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을 우선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함께 고민하고 요구하고 실현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의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즉각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민원창구를 일원화하고 악성 민원인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교사의 실질적 생활지도권을 보장하고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지원책 마련도 촉구했다.

전국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도 이날 집회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 회장을 맡은 배성제 춘천교대 교수는 "현 사태는 한 교사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닌 이 땅의 모든 교사가 마주한 교권 추락의 현실이자 전체 공교육의 붕괴"라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도 전국 각지 교사가 참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비수도권 교사 2천여명이 버스 75대를 대절해 집회 장소로 왔다.
경기 남양주시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는 교사 김모(42)씨는 "오늘이 두 번째 참석인데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교사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해 힘을 보태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들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정부는 무반응, 무대처로 일관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도 권리를 찾고 아이들도 행복하게 배울 수 있도록 변화가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경기 김포에서 온 고등학교 교사 하모(45)씨는 "서이초 사건으로 관심을 갖게 됐는데 동료 교사가 자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꾸기 위해 동참하고자 왔다"며 "아동 학대법이 개정돼 무분별한 고소나 직위해제가 없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명의 교사가 몰린 가운데 인근에서도 각종 집회가 열려 오후 3시40분께 5분여간 종각역이 폐쇄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 해산 시 인파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임시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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