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세수 펑크' 불똥 튀나…건보, 국고지원금 줄어들까 노심초사
초고령화에 내년 건보료율 동결 이어 정부지원금마저 줄면 건보재정 급속 악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사상 유례없는 '세수 펑크' 사태의 불똥이 건강보험재정에도 튀는 게 아니냐며 건강보험 당국이 가슴 졸이고 있다.
연말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국고지원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이러다가는 올해 사상 초유로 법정 지원금이 줄어드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예산안을 통해 약속한 법정 지원금을 온전히 주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정부가 줘야 할 국고지원금은 11조원가량이다.
◇ 연말에 한꺼번에 지원 가능성 없진 않지만…여태껏 한 푼도 안 들어와
19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보공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근거해서 정부는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서 건보재정에 보태야 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은 2007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올해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지원해야 할 이 정부지원금은 10월 현재까지 한 푼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정부위원으로 참여하는 기획재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법률상 정부지원금을 언제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정해진 시점은 없다.
다만 예산집행 지침과 집행계획에 따라 일반회계(국고)는 매달(10일), 건강증진기금은 분기마다 마지막 달(28일)에 교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정부 지원 지급 현황' 자료를 보면,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일반회계의 경우 매년 상반기에 60∼70%가 지원됐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진 2020년부터는 연도 말에 정부지원금 교부가 집중되는 양태를 보인다.
이렇게 최근 들어 지원 시기가 불규칙한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도 연말에 법정 지원금이 한꺼번에 들어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정부 지원 지급 현황]
(과징금 포함, 단위: 억원)
주1) 코로나19 보험료 경감 1차 지원금 2,656억원 추경액 포함
주2) 코로나19 대응 의료지원 인력 교부금 1차 480억원(2021년 4월), 2차 240억원(2021년 9월) 포함.
◇ 정부 재정 사정 빠듯…복지부 "재정 당국과 전액 지급되게 지속 협의"
그러나 현재 정부 곳간이 텅텅 빌 정도로 재정 사정이 빠듯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기획재정부의 재정운용계획과 세수 전망 등을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올해 말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은 80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는 수준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결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정부가 국세 등으로 거둔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은 올해 국세 수입이 애초 예상보다 60조원이나 덜 걷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재정 상태가 이처럼 악화한 상황에서 건보 곳간은 상대적으로 비교적 넉넉한 점도 정부지원금 축소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건보 당국의 추산으로는 올해 건보재정은 1조9천846억원 단기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로 의료 이용이 줄어든 데다, 재정안정을 위해 보장마저 축소한 영향으로 보험급여로 나간 금액보다 보험료 수입이 더 많다.
이렇게 단기 흑자를 보이면서 누적 적립금은 25조8천547억원에 이를 것으로 건보 당국은 전망한다.
지급 준비금으로도 불리는 누적 적립금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을 충당하거나, 단기 유동성 악화로 지출할 현금이 모자랄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급격히 줄고, 건강에 취약한 노인인구는 많아지면서 의료비 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은 더 나빠질 확률이 높다.
당장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이고 물가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내년 건강보험료마저 동결해 재정 기반마저 약화하지 않을까 봐 건보 당국은 걱정한다.
건보공단 노조는 "법에 따라 국회에서 확정한 예산을 한푼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정부는 더는 미루지 말고 건보 제도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정부지원금을 즉각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지원금 확보 담당인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세수 부족 등으로 정부지원금 지급 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편성된 지원금이 전액 배정되도록 재정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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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에 내년 건보료율 동결 이어 정부지원금마저 줄면 건보재정 급속 악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사상 유례없는 '세수 펑크' 사태의 불똥이 건강보험재정에도 튀는 게 아니냐며 건강보험 당국이 가슴 졸이고 있다.
연말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국고지원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이러다가는 올해 사상 초유로 법정 지원금이 줄어드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예산안을 통해 약속한 법정 지원금을 온전히 주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정부가 줘야 할 국고지원금은 11조원가량이다.
◇ 연말에 한꺼번에 지원 가능성 없진 않지만…여태껏 한 푼도 안 들어와
19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보공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근거해서 정부는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서 건보재정에 보태야 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은 2007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관련 법률에 따라 올해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지원해야 할 이 정부지원금은 10월 현재까지 한 푼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정부위원으로 참여하는 기획재정부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법률상 정부지원금을 언제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정해진 시점은 없다.
다만 예산집행 지침과 집행계획에 따라 일반회계(국고)는 매달(10일), 건강증진기금은 분기마다 마지막 달(28일)에 교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정부 지원 지급 현황' 자료를 보면,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일반회계의 경우 매년 상반기에 60∼70%가 지원됐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진 2020년부터는 연도 말에 정부지원금 교부가 집중되는 양태를 보인다.
이렇게 최근 들어 지원 시기가 불규칙한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도 연말에 법정 지원금이 한꺼번에 들어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정부 지원 지급 현황]
(과징금 포함, 단위: 억원)
구 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
예산 합계 | 71,732 | 78,732 | 92,283 | 95,720 | 104,992 | |
일반회계 | 52,001 | 59,721 | 70,826 | 75,834 | 86,843 | |
추경 | - | - | 2,656 | 720 | - | |
건강증진기금 | 19,731 | 19,011 | 18,801 | 19,167 | 18,149 | |
교부 합계 | 70,802 | 77,803 | 92,283 | 95,720 | 104,992 | |
일반 회계 (국고 지원금 과징금) | 소계 | 52,001 | 59,721 | 73,482 | 76,554 | 86,843 |
1월 | 6,020 | 4,963 | 9,443 | 9,311 | 0 | |
2월 | 6,020 | 10,963 | 9,443 | - | 700 | |
3월 | 6,020 | 7,963 | 주1) 7,099 | - | 10,700 | |
4월 | 5,167 | 5,972 | - | 주2) 480 | 400 | |
5월 | 5,167 | 5,972 | 5,937 | 8,315 | 7,500 | |
6월 | 5,167 | 5,972 | 5,937 | 8,315 | - | |
7월 | 3,720 | 3,981 | - | 1,400 | 400 | |
8월 | 3,720 | 3,981 | 4,286 | 9,499 | 4,000 | |
9월 | 3,720 | 3,981 | 4,337 | 주2) 9,938 | 600 | |
10월 | 2,427 | 1,991 | 5,737 | 9,765 | 11,800 | |
11월 | 2,427 | 1,991 | 5,937 | 9,765 | 24,000 | |
12월 | 2,427 | 1,991 | 15,325 | 9,765 | 26,743 | |
건강 증진 기금 | 소계 | 18,801 | 18,082 | 18,801 | 19,167 | 18,149 |
3월 | 660 | 800 | - | - | - | |
6월 | 2,700 | 545 | - | - | - | |
9월 | 5,200 | 3,895 | - | - | - | |
12월 | 10,241 | 12,842 | 18,801 | 19,167 | 18,149 |
주1) 코로나19 보험료 경감 1차 지원금 2,656억원 추경액 포함
주2) 코로나19 대응 의료지원 인력 교부금 1차 480억원(2021년 4월), 2차 240억원(2021년 9월) 포함.
◇ 정부 재정 사정 빠듯…복지부 "재정 당국과 전액 지급되게 지속 협의"
그러나 현재 정부 곳간이 텅텅 빌 정도로 재정 사정이 빠듯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기획재정부의 재정운용계획과 세수 전망 등을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올해 말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은 80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는 수준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결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정부가 국세 등으로 거둔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은 올해 국세 수입이 애초 예상보다 60조원이나 덜 걷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재정 상태가 이처럼 악화한 상황에서 건보 곳간은 상대적으로 비교적 넉넉한 점도 정부지원금 축소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건보 당국의 추산으로는 올해 건보재정은 1조9천846억원 단기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로 의료 이용이 줄어든 데다, 재정안정을 위해 보장마저 축소한 영향으로 보험급여로 나간 금액보다 보험료 수입이 더 많다.
이렇게 단기 흑자를 보이면서 누적 적립금은 25조8천547억원에 이를 것으로 건보 당국은 전망한다.
지급 준비금으로도 불리는 누적 적립금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을 충당하거나, 단기 유동성 악화로 지출할 현금이 모자랄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급격히 줄고, 건강에 취약한 노인인구는 많아지면서 의료비 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 건강보험 재정은 더 나빠질 확률이 높다.
당장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 부담을 줄이고 물가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내년 건강보험료마저 동결해 재정 기반마저 약화하지 않을까 봐 건보 당국은 걱정한다.
건보공단 노조는 "법에 따라 국회에서 확정한 예산을 한푼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정부는 더는 미루지 말고 건보 제도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정부지원금을 즉각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지원금 확보 담당인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세수 부족 등으로 정부지원금 지급 배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편성된 지원금이 전액 배정되도록 재정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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