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돕는 만큼 즐거운 건 없죠" 31년 봉사 베테랑 이소덕씨
작성일 2023-10-15 10:31:38 | 조회 32
[#나눔동행] "돕는 만큼 즐거운 건 없죠" 31년 봉사 베테랑 이소덕씨
1995년부터 31년간 이웃과 동행…화천 지역사회 행복 바이러스 전파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누군가를 돕는 것만큼 더 즐거운 게 있나요."
지난 12일 찾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사내문화센터 지하식당은 고소함과 웃음으로 가득했다.
손놀림 가볍게 부침개를 부치던 이소덕(73) 사내면 새마을부녀회 이사는 인상부터 유쾌하다.
장수식당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곳은 매주 수요일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곳.
그는 평소 대한적십자사 사내봉사회원으로 조리 기구를 다뤘지만, 이날은 지역축제에서 대접할 먹을거리를 만들었다.
"아유, 별것도 아닌데 남사스러워요."
누군가를 돕는 데는 베테랑이지만, 자신을 소개하는 데는 어색한 모습이다.
그의 봉사활동은 31년간 이어지고 있다. 봉사활동 시간만 8천여 시간에 횟수로는 1천600여회가 넘는다.
'봉사인생'은 부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웃을 자주 살피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라다 보니 젊을 때부터 몸이 불편한 이웃이 지나가면 부축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남을 돌보는 일이 몸에 뱄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팔을 걷어붙인 건 1992년 마을 부녀회에 가입하고부터다.
고향은 전라북도 완주. 그 역시 여성에게 기회가 적었던 그 시대의 '누이'다.
시대 분위기상 공부를 더 할 수 없던 시절, 16세 되던 해 고향을 떠나 야간학교라도 다니겠다며 무작정 상경해 일찍이 세상사를 경험했다.
그리고 스물세 살, 고향이 화천인 남편을 따라 낯설디낯선 최전방 마을에 정착했다.

산색 물색이 다른 전라도 색시의 산골살이는 콩 튀듯 했다. 자녀와 집안 살림에 여력이 없었다.
사창리는 사방이 고봉 준령이다. 이웃과 하늘만 벗할 수 있는 곳, 주민보다 군인이 많은 이곳에서 그는 마음속에 있던 어릴 적 남녘의 넓은 들을 가꾸기로 했다.
30대 중반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은 그를 새로운 삶을 만들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이웃 봉사는 점점 활동 폭이 커졌고, 대한적십자사, 새마을회, 희망이웃 단체, 주민자치위원 등을 마다하지 않고 눈길, 손길 닿는 대로 봉사에 나섰다.
점점 완주댁에서 강원도 화천 사창리댁이 됐다.
그의 진심봉사에 주민들은 지역 첫 여성소방대장, 적십자사 사내봉사회장, 강원도새마을회 이사 등으로 그의 수고를 인정하고 응원했다.
그는 "10년만 더 젊었어도 하고 싶은 일(봉사)을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여전히 봉사 실천에 목말라했다.
그의 봉사는 재난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2016년 8월에는 라오스 집수리 봉사에 다녀온 데 이어 2020년 코로나19로 마을이 속수무책일 때도 마을 일을 도왔다.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백신자원봉사를 하고, 마스크를 만들어 주민들과 불안을 함께 극복했다.

코로나19로 한 해 농사도 버릴 위기였다.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지연되자 호미를 들고 일손 돕기에 나섰다.
이뿐 아니라 어르신 무료 급식, 저소득층 밑반찬 지원, 시설 어르신 목욕 봉사 등에도 함께했다.
한부모 가정 등 어려움 속에서 공부하는 지역 학생을 위해 약 20년간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대1로 보살펴주는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봉사 이력이다.
최근에는 겨울철 가장 큰 지역행사인 산천어축제장에서 식당 운영, 환경정화 봉사를 했고, 지난 7월에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청주에 달려가 집수리 봉사활동을 했다.

재난사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면 마음이 아리다. 이웃의 삶을 살피는 봉사를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감되고 나와 너의 경계가 없어졌다.
그는 "우리 지역이 그런 손해를 입어도 도움의 발길이 있었을 것인데 내가 겪었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본사 손길은 주변의 인정을 받아 2012년 강원도지사 봉사왕에 이어 2017년과 2020년 강원도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 유공, 2021년 강원도지사 포상과 새마을지도자 종합평가대회 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았다.

지역사회 활동으로 군부대, 학교, 법무부 등에서 받은 표창장도 셀 수 없다.
이씨는 "힘들 때도 적지 않지만, 힘 있을 때 실컷 베풀자는 생각으로 항상 웃으며 즐기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까 남을 돕는 것만큼 즐거운 게 없어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따금 봉사를 중도에 포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즐겁게 생각하면 똑같이 시작해서 함께 끝낼 수 있다"며 많은 이의 이웃 봉사 참여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도 봉사로 이 집, 저 집, 이 마을, 저 마을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고 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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