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잊은 '열정'…한계 뛰어넘은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작성일 2023-10-01 09:38:57 | 조회 44
연휴 잊은 '열정'…한계 뛰어넘은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인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4일 부평서 국제교류음악회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이 부분은 미·파·미로 끝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26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혜광학교 합주실에서 클라리넷으로 '카르멘'을 연주하던 장미향(59)씨가 동료와 다른 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강사는 "화음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장씨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장씨는 모든 단원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소속이다. 2011년 창단 때부터 함께한 베테랑 연주자다.
장씨는 여러 무대에 오르며 경험도 많이 쌓았지만 최근에는 한층 긴장된 분위기에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오는 4일 다양한 국적의 장애인 연주자와 함께하는 국제교류 음악회를 앞두고 있어서다.
장씨는 "한국 대표로 참여하는 만큼 도전 의식이 생긴다"며 "악보를 볼 수 없어서 통째로 외우다 보니 틀린 부분이 없도록 확실히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합주실 곳곳에서는 강사의 지도에 따라 악보 없는 연주자들의 열띤 연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첼로를 담당하는 이현지(33)씨는 '라이온 킹'의 음계를 외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씨는 "준비 중인 5곡 중 4곡은 완벽하게 익혔는데 라이온 킹의 뒷부분이 헷갈려서 맹연습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에도 합주실로 나와 4시간씩 연습할 예정"이라고 했다.
호른을 연주하던 허종연(43)씨도 "다른 나라의 연주자분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며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에는 홍콩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대만·이스라엘·일본 국적의 장애인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한국과 홍콩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마이웨이' 등 2곡을 협연해 뜻깊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는 2011년 사회복지법인 광명복지재단이 창단했다. 광명복지재단은 시각장애인 전문학교인 인천혜광학교도 운영 중이다.
장씨와 허씨의 경우 혜광학교 교사이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른 구성원들도 안마사와 목회자·사회복지사·학생 등 본업과 함께 음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단원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고 사는 지역도 인천을 비롯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부터 멀리는 전남 목포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악보를 볼 수 없는 대신 지휘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송·수신기를 귀에 착용한 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혜광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국제교류음악회는 오는 4일 오후 3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다.
오케스트라 부단장인 이석주 혜광학교 교장은 1일 "단원들이 신체적 한계를 넘어 아름다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음악회를 통해 전 세계 2억5천만명의 시각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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