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할퀸 보금자리, 지역사회 따뜻한 손길로 새로 태어나다
작성일 2023-10-02 10:07:51 | 조회 69
화마가 할퀸 보금자리, 지역사회 따뜻한 손길로 새로 태어나다
전북 119 안심 하우스 5채 준공…기업·단체 후원 속속 이어져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모두가 잠든 새벽, 전북 정읍시 한 농가 주택에 불이 났다.
보일러에서 시작된 불은 금세 꺼졌지만, 노부부의 보금자리를 덮은 지붕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화마가 남긴 깊은 상흔에 시름 하던 부부에게 소방당국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내려앉은 지붕을 일으켜 세우고 잿더미로 뒤덮인 거실과 안방을 고쳐 이전과 다름없는 집을 선물했다.
화재 피해를 본 어려운 이웃에게 집을 지어주거나 고쳐주는 '119 안심 하우스' 사업은 지난해 6월 이렇게 시작됐다.
전북소방본부는 2020년 8월 전국 최초로 '화재 피해 주민 임시 거처 비용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안심 하우스는 올해 초 지적장애를 앓는 60대에게 돌아갔다.
소방본부는 전기 합선으로 주택 본채가 모두 타는 피해를 본 남성의 딱한 사연을 듣고 오래 비워둔 별채를 보수해 말끔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세 번째는 청각장애를 앓으면서 노모를 봉양하다가 화재 피해를 본 40대에게, 네 번째 집은 주택 반소 피해를 본 60대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각각 돌아갔다.
다섯번째 지원 대상자는 지난 7월 결정됐다.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생활하던 60대 여성의 주택이 불탔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금자리를 새로 지원했다.
안심 하우스가 뜻깊은 이유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역사회가 한뜻으로 십시일반 힘을 보탠다는 데 있다.
현재까지 사업에 쓰인 예산은 모두 6천754만원인데, 전액 도내 기업과 단체가 후원했다. 소방본부는 각종 경연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선뜻 기금으로 내놨고 현대자동차, 휴비스, 전주페이퍼, 세아베스틸, OCI, 하이트진로, KT&G 등 지역에 공장을 둔 기업도 후원 곳간을 채웠다.
지자체와 지역 봉사단체도 화재 피해자에게 쌀과 라면, 생수, 화장지 등 생필품을 지원하거나 빨래, 청소 봉사를 하며 화마가 남긴 상흔을 함께 어루만지고 있다.
전북소방의 따뜻한 사업은 성과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지자체 적극 행정 종합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사례로 꼽히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주낙동 전북소방본부장은 "갑작스러운 화재로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주민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사업을 매우 보람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도민의 아픔을 보듬는 따뜻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jaya@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