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어르신들이 눈치 안보고 편히 쉬길" 바리스타 봉사 김미경씨
작성일 2023-09-30 10:39:13 | 조회 35
[#나눔동행] "어르신들이 눈치 안보고 편히 쉬길" 바리스타 봉사 김미경씨
전북종합사회복지관 '학카페'에서 7년째 커피 타고 직원 교육 맡아
"봉사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계속 어르신들 말동무 하고 파"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북종합사회복지관이 위치한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은 지역 내에서 고령인구가 유난히 많은 곳이다.
인구분포에 비해 노인들이 즐길 여가시설이 부족한 동네에서 복지관 1층에 자리한 '학카페'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미경(60)씨는 학카페에서 가장 오래 몸담은 봉사자다. 학산자락에 있어 '학카페'인 이곳은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데, 수익금은 다시 복지관 프로그램 비용으로 쓰이는 식이다.
수익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30가지가 넘는 커피·음료 등 메뉴는 대부분 3천500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이 중 어르신들을 위한 1천원 커피믹스가 제일 잘 나간다.
김씨는 카페가 문을 연 2017년 봄 즈음부터 6년 넘게 카페를 지키고 있다.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들어서 카페 운영 방식을 모르는 손님들은 김씨를 당연히 주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김씨는 "어느 날 카페 앞을 지나는데 '봉사자 모집'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고, 이후부터 일주일에 2∼3일씩 카페에 나와 손님을 맞고 있다"며 "저도 이렇게까지 오래간 봉사활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어르신과의 유대'를 카페에서 오래 일하게 된 배경으로 꼽았다.
지금이야 카페가 입소문을 타면서 40∼50대도 찾지만, 이전에는 대부분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하러 오거나 주변 노인정에 모였다가 잠깐 마실 나온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었다.
카페에 와서 커피믹스를 찾는 노인들을 볼 때면 김 씨는 왠지 고향에 계신 엄마가 생각나 '부모님께 드리는 것처럼' 커피를 탔다고 했다.
그는 "기계적으로 커피를 타는 것과 우리 엄마가 마신다는 생각으로 커피를 타는 것은 맛이 분명 다르다"며 "다리 아픈 어르신들이 커피를 가지러 오기 힘들기 때문에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방식도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한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엄마 같은' 어르신들과 대화도 자주 한다.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고 갔다가 오후에 또 온 할머니에게는 "하루에 두 잔은 너무 많다"며 애정이 어린 잔소리하거나 오랜만에 본 어르신에겐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냐"며 걱정한다.
어르신들 때문에 마음이 아픈 적도 있다.
최근에는 한 어르신이 1천원짜리 커피를 사고 자꾸 밖으로 나가길래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분은 '싼 커피를 마시는 데 나이 많은 사람이 카페에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는 게 보기도 안 좋고 미안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씨는 "누구도 싫은 소리를 한 적 없는데 괜히 눈치를 보는 어르신을 보자 코끝이 찡해졌다"며 "이 공간만큼은 고령자분들이 편히 커피를 마시고 갈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리스타 1급 자격증 소지자다. 옷 가게를 그만두고 나면 언젠가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 취득해 둔 자격증이었다.
김씨는 "자격증이 학카페에서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 몰랐다"며 "그 지식으로 새로 온 봉사자에게 커피 제조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교육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봉사자들도 있다. 큰 자부심이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유명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눈여겨봤다가 메뉴 개발도 한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흑임자 라테의 제조법을 터득한 뒤 저렴하게 납품받아 다른 카페의 절반 가격인 3천500원에 내놓은 것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렇게 커피 제조와 메뉴 개발, 봉사자 교육은 물론이고 원두 주문, 인테리어 등 카페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일들이 김씨의 손을 거친다. 오래 근무한 덕분에 복지관 직원도 김씨의 의견이라면 믿고 지지해준다.
김씨는 "60년 가까이 인생을 살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봉사활동이었다"며 "여전히 가장 자신 있는 일이다 보니 오래간 카페를 지키며 어르신들을 만나고 싶다"고 잔잔한 미소를 보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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