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영양성분표 만든 '정보 디자인의 스티브 잡스' 벨저 별세
작성일 2023-09-26 13:33:47 | 조회 36
식품 영양성분표 만든 '정보 디자인의 스티브 잡스' 벨저 별세
단순함의 미학 추구한 천재적 그래픽 디자이너 버키 벨저
1994년 만든 영양성분표 "공중 보건과 그래픽 디자인의 승리"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식품 포장지에 인쇄된 영양 성분표(nutrition facts) 도안을 만든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버키 벨저가 2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76세.
벨저는 이날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자택에서 방광암으로 사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정보 디자인 분야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 고인은 단순함 그 자체에 주목해 여러 도안을 창조했다. 그가 만든 가장 유명한 라벨은 영양 성분표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영양 성분표는 열량,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나트륨 등 식품에 포함된 각종 영양소와 함량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직사각형 모양의 도안이다.
이 라벨은 미국이 영양 표시 및 교육법을 도입하면서 벨저의 손끝을 거쳐 1994년 탄생했고, "공중 보건과 그래픽 디자인의 승리로 기념된다"고 WP는 전했다.

영양 성분표 이전에는 식품의 구체적인 열량과 영양소 정보를 알려주는 표준이 없었고, 소비자들도 공중 보건 관점에서 식품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벨저는 생전 인터뷰에서 "(영양 성분표는) 조화롭고 이질적인 요소가 없다"며 "(영양 정보를 담은) 단어들은 왼쪽과 오른쪽에서 정렬되면서 균형을 이루고, 정보를 읽는 것을 늦추는 쉼표나 마침표 등 문법적 구두점들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영양 성분표 디자인을 벨저에게 의뢰했던 전 식품의약국(FDA) 책임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그는 절대적인 천재였다"며 "이 라벨은 수백만 명의 공중 보건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벨저는 영양 성분표 도안으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마시모 비넬리는 벨저의 영양 성분표에 대해 "그래픽 디자인의 걸작"이라며 "문명의 깨끗한 증명서이자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선언"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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