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29 "일자리가 없어? 만들면 되지" 곡성 팜엔디 청년들
작성일 2023-09-23 09:33:28 | 조회 68
[지방에 산다]-29 "일자리가 없어? 만들면 되지" 곡성 팜엔디 청년들
청춘작당 이후 '뉴로컬'로 지역한계 극복…로컬벤처 사업 꾸준히 발굴

[※ 편집자 주 =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연합뉴스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곡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청년들이 지역에 자리 잡고 살 수 있는 토대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 갑니다."
전남 곡성에는 이주 청년들이 직접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을 사람들과 연결해 '뉴로컬'로 만드는 사업이 있다.
2019년 시작한 청년들의 곡성 100일 살기 프로그램인 '청춘작당'이다.
3년간 청춘작당을 통해 90명의 청년이 곡성에서 살아봤고, 45명이 정착했다. 이 중 3년 이상 곡성에서 정착한 청년은 26명에 달했다.
청년들의 지역 유입 시도는 지역 정착 실험인 '청촌'으로 이어져 13명의 청년이 청년 마을에 거주하며 공동체 활동을 이어갔다.
청춘작당과 천촌은 성과가 분명했지만 '실험'에만 그치는 한계도 노출했다.
청년들이 이주해 살 곳을 마련해주고 창업과 취업을 지원해도 지역에는 청년이 계속 정착해 삶을 만들어가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았다.
일거리는 있어도 청년들이 만족해할 만한 일자리가 드문 게 가장 핵심 문제였다.
곡성에 정착한 청년들은 '더 이상 이 지역이 이주 청년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그래서 청년들은 스스로 팜앰디라는 '농촌을 디자인한다'는 뜻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로컬 벤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팜앤디는 한계가 분명한 지역, 즉 로컬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삶의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바꿔 사람들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지방에서 사람들이 사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의 미래상을 스스로 '뉴로컬'이라고 부르고, 팜앤디를 그러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시도라고 본다.
팜앤디는 프로젝트와 사업을 통해 지방을 청년이 일을 하며 정착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뉴로컬)으로 바꾸는 종합 건설사나 종합 설계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농업용 앱과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농담이라는 잡지를 정기 발생하고 있으며, 청년인구정책 공모사업·지역축제 분석 등 정책모델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까지 도전하고 있다.

그중 가장 집중하는 프로젝트는 러스틱타운(워케이션) 사업으로, 바로 기업을 끌어들이고 생활인구를 늘리는 핵심 프로젝트다.
'워케이션'(worcation)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쳐 만든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머물며 일과시간에는 업무를 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휴식을 즐기는 생활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한옥마을에 조성·운영한 러스틱타운 심청점에는 112개 기업 700~800명의 직원이 다녀갔고, 재방문율은 43%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팜앤디는 곡성군과 함께 총 71억원을 투입해 삼기중학교 폐교 부지에 위케이션용 주택을 추가 조성하는 등 러스틱타운 사업을 더 고도화하고 있다.
팜앤디 서동선 대표는 "처음에는 생소해하던 곡성도 이제는 우리의 철학을 신뢰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기까지 1년 정도 걸렸는데, 말뿐이 아닌 시범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니 지원과 지지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결국 '어떤 사람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의 문제인데, 팜앤디가 인구정책을 바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