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금지' 아동복지법 개정 요구 분출…교사면책 쟁점(종합)
작성일 2023-09-11 18:37:14 | 조회 45
'정서적 학대금지' 아동복지법 개정 요구 분출…교사면책 쟁점(종합)
연이은 교사 극단 선택에…국회 복지위에 '교사 면책' 개정안 나와
"모호한 조항에 무고성 신고 시달려"…아동복지 전문가들은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권지현 서혜림 기자 = 최근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아동에 대한 정서적 아동 학대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조항도 주요 쟁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교원단체에서는 정서적 아동학대를 금지하는 현행 법 조항이 모호해 정당한 학생 지도까지 학대로 취급받게 하고, 교사에 대한 과도한 신고·수사를 야기한다고 비판한다.
교권 비극 사례가 반복되며 보완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일각에서는 해당 법 자체를 개정해 교사를 정서적 학대와 관련해 전면 면책하면 아동학대를 방지하려는 법 취지가 반감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11일 교육계와 국회에 따르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일명 '교권보호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 개정에 더해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누구든지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 행위 중 하나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제17조 5호)가 명시됐다.
교원단체에서는 이 법 조항이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무고성 신고를 하게 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 조문에 별다른 설명이나 예외사항 없이 '누구든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는 것이 모호해 정상적인 학생 지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문제 인식이다.
실제 최근 사망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년간 아동학대 신고와 민원으로 고통을 호소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한 아동권리단체가 교사 A씨의 행위에 대해 '정서학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연이은 사건 이후 최근 아동복지법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7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교원에 대해 학생생활지도 행위로 인한 경우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에서 교사를 면책 대상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시도교육청에 전담 조직·공무원을 둬서, 전담 조직에서 아동학대 사안을 다루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별도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다루는 교권 4법 중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는 아동복지법상 학대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위 소관 교권 4법뿐만 아니라 아동복지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복지위에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를 놓고서는 교원단체와 아동복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조항이 다소 과도한 측면은 있지만, 교사를 면책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은 법 취지를 반감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아동복지법의 학대 관련 조항은 학대를 예방하고 학대에 대해 전 국가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마련된 것이므로 교권 침해를 이유로 개정하자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교사에 대해 아동학대 신고가 남용되는 문제는 신고 접수·처리 과정에서 해결해야지, 법 자체를 고치면 정서적 학대 예방이라는 취지를 놓칠 수 있다"며 "또한 최근 관련 논의가 '교권과 아동 권리가 상충된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미향 남서울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도 "보완 장치가 명확히 없는 채로 정서적 학대에서 교사를 면책하는 것은 법 취지를 반감시킨다"며 "기본적으로는 누구든지 정서적 학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금지 규정을 유지하면서 단서 조항을 두는 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일단 신고받으면 업무배제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고 추후 처벌을 받거나, 무혐의를 판정받게 되는데 전문가의 판단을 거치게 하는 중재 단계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교수는 "교사에 대한 신고 이후 내용이 모두 밝혀지기 전에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무리한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아동학대 신고가 남용된 것인지, 실제 학대가 있었는지에 대해 지역 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가 판단을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도 "현재는 수사·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사들이 수년간 시달리게 되는 '모 아니면 도' 구조"라며 "아동학대 중재위원회 같은 기구에서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신중한 중재·판단을 거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계는 교권 4법이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을 경우 수사 단계에서 교사를 방어해 줄 최소한의 보호막이라면, 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아동 학대 신고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정당한 생활지도임에도 정서학대의 모호성를 이유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현실을 개선해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해달라는 현장의 요구이지, 위법하고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위 자체까지 면책을 하자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황유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처장은 "교사의 폭행이나 성추행 등은 형법이나 성폭력 범죄 관련 법률에 의해서 처벌을 당연히 받게 되어 있다. 다만 정서적 아동학대 부분은 내용이 모호하고 부작용이 많다"며 "교권 4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이는 선언적 의미지 막상 학부모가 고소하게 되면 교사는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에 따라 처벌된다. 2개의 법안이 같이 움직여야 교사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총, 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단체들은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가 예정된 1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4법 통과와 아동학대처벌법·아동복지법 우선 처리를 촉구할 예정이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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