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돌봄' 사회서비스원 역할 '민간지원' 전환…정부 새 지침
작성일 2023-09-11 07:33:06 | 조회 29
'공적돌봄' 사회서비스원 역할 '민간지원' 전환…정부 새 지침
종사자 월급제·정년 규정도 삭제…내년도 지원예산 전액 삭감
'민간주도 사회서비스' 추진…시민단체 "보조수단으로 무력화"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가 공적 돌봄 강화를 목표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에 공공성의 색깔을 빼고 민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운영 지침을 개정했다.
민간 주도로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인데, 새 지침에는 종사자 월급제나 정년 규정도 삭제돼 내년 정부 예산안에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이 전액 삭감된 상황과 맞물려 공적 돌봄이 더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공공' 지우고 '민간지원' 강조…시설 직접운영 여지 줄여
11일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침을 개정하면서 공공성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면서 민간 지원에 대한 내용을 대폭 늘렸다.
사회서비스원 사업의 기본 방향과 관련해 '사회서비스원 사업의 기본방향에 대해 '민간협업을 활성화하고 사회 서비스 혁신지원을 강화, 민간 사회서비스 지원 기능 확대'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그러면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향상을 위해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고 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함'이라는 부분을 뺐고, 대신 '(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시설의 무분별한 위탁은 지양한다'는 문구를 넣어 시설 직접 운영 여지를 줄였다.


반면 추진 배경에 '민간협력 등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포함한 공공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민간 중심 '사회서비스 고도화'라는 정부 국정과제를 설명했다.
사회서비스원은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를 공적인 영역에서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시도지사가 설립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데, 2021년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돼 경북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에 설치돼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 정부는 민간이 제공하던 사회서비스를 공공 부문이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설립을 추진했다.
조언을 통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직접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민간이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종사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역할이 컸다. 전체 사회복지시설 중 국가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1.2%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민간이 운영하면서 서비스 질에 대한 비판이 많다.
이번 지침 개정에는 사회서비스원의 이런 공적 역할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이 강조됐다.
직접 고용시 종사자의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된 부분도 수정해 '가급적 월급제 채용'이라는 표현을 없애고 대신 '직접 채용(정규직, 비정규직 포함)'만 넣었다.
'정년을 60세로 하되 근무평가에 따라 퇴직 후 65세까지 재고용 가능', '60세 이상인 종사자도 기간제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 가능토록 함' 등의 표현도 삭제됐다.


◇ 사회서비스원 지원 148억원→0원 삭감…"정책 기조 맞게 지원 강화"
정부가 시설 민간 시설 지원 역할을 강조하면서 직접 시설 운영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마침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사회서비스원 지원 항목(올해 148억3천400만원)이 전액 삭감돼 그동안 국가와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하던 인건비와 운영비를 내년도에는 전액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그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주장해온 시민단체와 학회는 사회서비스원의 '공공 책임성 강화'라는 목표가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홍영준 비판사회복지학회장은 "사회서비스원은 직접 (돌봄 노동자를) 고용해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돌봄 모델을 만들며 민간을 견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며 "이런 원래의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사회서비스원을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며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회장은 "사회서비스원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돌봄 고용 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라며 "돌봄분야의 좋은 일자리 자체를 포기하며 돌봄 노동자를 저임금 노동집약적 일자리로 묶어두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민간 지원 기능이 있었지만 정부 정책 기조에 맞게 지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전엔 직접 운영하는 기능이 워낙 커서 민간의 반발이 심했다. 공공이 민간이 기피하는 서비스에 대해 직접 운영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월급제에 대해서는 민간과 형평성이 안맞고 종사자들이 일을 안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근로 조건과 관련해서는 고용부의 근로 관계 법령이나 민간 사업자에 대한 지침에 충분히 담겨 있어서 지침에서 뺀 것"이라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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