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인데도 치료기관 예산은 동결…기재부 브레이크
작성일 2023-09-01 14:01:52 | 조회 47
'마약과 전쟁'인데도 치료기관 예산은 동결…기재부 브레이크
복지부 요청 예산의 3분의 1로 줄어…마약치료기관은 재정난 호소
작년 마약사범 1만8천여명…지원은 165명 한달 입원치료비 수준
보상 적어 재정난·인력난 이중고…국회 논의과정에서 증액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마약사범이 급증하는데도 내년 정부 예산안에 마약 치료보호기관 지원 예산이 동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기존 예산의 2배 이상을 증액하려고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제동을 건 것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액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마약 치료보호기관 지원에 책정된 예산은 8억2천만원(국비·지방비 각 4억1천만원)으로 기관들의 재정난을 돕기엔 역부족이다.
환자 165명 정도가 한달 입원치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밖에 안 되는데 마약사범 수가 급증하는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8천395명이나 된다.
이런 가운데 마약 치료보호기관들은 대부분 재정난을 겪고 있다. 전국에서 운영되는 기관이 24개소인데 실제로 치료 실적이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당시 운영되던 19개 치료보호기관 중 국립부곡병원과 인천참사랑병원 등 2곳이 치료보호 실적의 97%를 차지한다. 사실상 전국에서 국립병원 1곳과 민간 병원 1곳이 전담하는 셈이다.


마약류 중독 환자는 치료는 어렵지만 의료기관이 받는 보상이 적고 업무난에 인력 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마약류 중독 외 증상의 환자들이 입원을 꺼리는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내년도 예산 요청안에 관련 예산을 24억원(지방비 포함)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을 넣었지만, 기재부가 제동을 걸면서 정부 예산안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복지부는 마약중독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치료 지원과 관련한 기존 예산을 크게 늘리는 한편 일정 규모 이상 치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줄 계확이었다. 또 환자에 대한 사후 관리 비용을 지원하고 종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지원도 신설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재정완화(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새로운 지원책과 관련한 예산은 편성되지 못했고, 치료 지원 예산만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편성됐다.
복지부는 정부가 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치료 관련 지원 예산 확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마약류 중독자는 하루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치료·재활에 최선을 다해달라.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범정부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bkkim@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