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8명 중 1명만 지역사회서 관리받는다
작성일 2023-08-08 07:37:16 | 조회 28
조현병 환자 8명 중 1명만 지역사회서 관리받는다
방치되는 중증 정신질환자…"정부 관리체계 있지만, 이용률 저조"
"환자 동의로 등록하는 시스템·인력난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최근 잇단 흉악범죄로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의 허점이 다시 드러난 가운데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환자 8명 중 1명만이 지역사회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정신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 중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이용하는 환자의 비율은 0.13으로, 8명 중 약 1명만이 지역사회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 환자 등록률은 0.05로 20명 중 1명밖에 안 됐고, 주요 우울 장애 환자의 등록률은 그보다 더 낮은 0.01로 100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관리받는 비율은 2018∼2021년까지 4년간 0.14, 0.14, 0.13, 0.13으로 오히려 최근 들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260개소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는 등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국 244개 시군구에 설치된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서는 정신건강병원에서 퇴원했거나 외래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방문이나 전화상담, 정신재활훈련 등을 통한 환자 맞춤형 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고, 범인 중 일부가 과거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사회 내 중증 정신질환자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센터 존재조차 몰라…환자가 동의해야만 등록되는 시스템도 문제"
복지부는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사업을 수립하고 지역 내 유관기관과 연계해 서비스 제공 체계를 마련하는 광역형 정신건강복지센터 16개소와 정신질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초형 244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센터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홍보가 충분하지 않아 정작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 되기 위해 수련 중인 A 간호사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환자가 센터에 등록만 하면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정기적으로 면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제도가 있는 줄 몰라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말 기준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자는 7만9천446명으로 같은 해 전체 사업 대상인 중증 정신질환(조현병, 망상장애, 양극성 장애, 중증도 이상의 우울장애로 1회 이상 치료 받은 환자) 65만1천813명의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곽숙영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국장은 "지역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고, 퇴원 환자들에게 센터에서 관리를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 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간호사는 "의료진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병원에서 환자들이 퇴원할 때 센터에 등록해 관리받으라고 안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고지 의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증정신질환자 중에는 자신은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센터 등록을 위해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점도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실제로 센터는 환자에게 강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사례 관리 서비스는 대상자의 동의를 통해 제공된다.
다만 자·타해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센터가 입원 개입 등 긴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 담당 인력 1인당 관리 환자 수 줄었다지만…"여전한 고강도 업무"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중증정신질환자의 가정에 방문해 면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고강도 업무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자 1인당 등록 정신질환자는 2021년 기준 26.5명이다.
정부는 2019년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안인득이 본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흉기로 마구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자 1인당 관리 대상자를 25명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8∼2021년 전문인력 1인당 관리 대상자 수는 40.7명, 34.0명, 27.9명, 26.5명으로 대폭 개선됐다.
그러나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6∼1개월에 1회, 혹은 매주 1회씩 진행되는 상담 일정을 소화하기란 여전히 버겁다는 의견이 나온다.
A 간호사는 "가정 방문을 나가면 환자의 복약상태와 안부 등을 확인하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소 30∼40분이 걸리고, 센터로 돌아와 보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또 전문관리 요원이 여성인 경우엔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움직여야 해 인력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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